모의처형·전동드릴 위협까지… CIA 고문보고서 공개

입력 2014-12-10 02:10
‘전동드릴 사용, 성고문, 물고문, 모의처형, 잠 안 재우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9·11 이후 구금된 테러 용의자들에게 잔혹한 고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위원장 다이앤 파인스타인)가 9일(현지시간) 공개할 ‘테러 용의자 고문보고서’에는 다양한 고문기법과 내용이 상세히 담겨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고문보고서 공개 이후 예상되는 반발을 우려해 해외 미대사관 등 공관과 군사기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고문보고서는 CIA의 테러 용의자 신문 내역이 담긴 6000쪽 분량의 기밀문서를 500여쪽으로 요약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보고서에는 2000년 예멘에 정박한 미군 구축함 ‘콜’호에 폭탄 공격을 가했던 알카에다 간부 압델 라힘 알나쉬리가 전동드릴로 위협당하고 구금자 1명 이상이 빗자루로 성고문 위협을 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IA는 또 구금자 1명 이상을 모의 처형으로 협박했으며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를 5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연속 신문하는 등 허용된 신문기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CIA가 알카에다 조직원 등 테러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가혹한 신문을 했지만 주요 정보를 한 건도 획득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9.11테러 후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지휘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리들과 전직 CIA 수장 등은 보고서 공개를 비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7일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 “CIA 직원들은 애국자들”이라면서 “보고서가 조국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헐뜯는 것이라면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도 “(10년 전 당시 상황에서) 강압적인 수사는 완전히 정당한 것”이라며 “CIA가 백악관과 법무부 등에 관련 정보를 은폐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CIA 부국장을 지낸 존 맥로린은 “보고서가 공개되면 우리도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공개되는 보고서가 정보를 선별적으로 이용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보고서 공개로 전 세계의 미국 시설과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 미국 정부가 이미 해외 주요 시설에 대해 안보예방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앞서 지난 주말 전 세계의 주요 미군 지휘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