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한국전력 요르단 법인의 ‘IPP(민자발전사업)3 디젤 발전소’는 황무지 한복판에 우뚝 서 있다. 지난 1일 오전 발전소 내부는 귀를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38개의 디젤 발전기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IPP3 발전소는 기존 발전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기터빈과 원료를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대신 4개의 배기 굴뚝 아래 대형 컨테이너 크기의 디젤 발전기(15㎿) 38기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디젤 자동차 엔진과 똑같은 원리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디젤 자동차처럼 경유를 연료로 쓰지는 않는다. 중동의 에너지원 중 가격이 제일 저렴한 천연가스와 중유를 사용한다. 이 발전소의 총 발전용량은 570㎿다. 보통 원전 한 기의 절반 수준이지만 디젤 발전소 중에는 세계 최대다. 종전 세계 최대 디젤 발전소는 380㎿인 브라질의 수아페II(SuapeII)였다. 한전은 올 연말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 중이다.
IPP3 디젤 발전소는 한전이 요르단의 알카트라나와 사우디아리비아의 라빅, 아랍에미리트(UAE)의 슈웨이핫에 이어 네 번째로 중동에서 수주한 IPP 프로젝트다.
특히 IPP3 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한전 본사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한전 요르단 법인은 프로젝트 수익성을 인정받아 수주에 성공했고, 건설 자금의 75%를 국제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차입했다.
배영진 한전 암만법인장은 “요르단 맞춤형 연료를 사용해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이는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상업운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IPP3 발전소는 이미 두 차례나 요르단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았다. 전력 최대 수요기인 지난 7월 요르단 정부의 전력공급 요청에 발전소는 두 차례 가동됐다. 총 38기 발전기 중 절반가량인 18기 정도만 돌렸는데 블랙아웃의 고비를 넘기는데 힘을 보탰다.
요르단은 중동 국가이면서도 석유 혜택을 입지 못한 나라다. 하지만 전력 수요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리아 등 주변국의 정세 불안에 따라 난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은 가전제품이나 문화시설의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물론 추가적인 프로젝트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한전의 요르단 내 설비 점유율은 3위 수준(3992㎿ 중 946㎿)이다. 그러나 수익성은 가장 높다.
한전은 현지 사정상 정확한 수익률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본 회수가 8년 정도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소의 김준성 기계부장은 “요르단 내 여타 발전소의 고장 정지율이 최대 10%에 이르는데 비해 한전의 3곳 발전소들은 고장 정지율이 4% 이내”라며 “안정된 운영을 바탕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이 한전 발전소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암만(요르단)=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르포] 한국전력 요르단 ‘암만 디젤발전소’, 570MW급 ‘세계최대’… 기네스 도전
입력 2014-12-10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