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동부의 접경도시인 루와이쉐드에서는 생필품을 가득 실은 트럭이 하루 대여섯대꼴로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넘어간다. 트럭 기사들과 상인들은 자신들이 오가는 길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라고 묘사했다. 그야말로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전쟁의 고통에 시달려온 이라크 사람들은 그 트럭들을 ‘생명선’이라 부르고 있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와 서부를 장악한 지 반년이 넘어서고 여전히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면서 이라크 국민들이 극심한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전에도 이라크는 석유를 팔아 주변국에서 생필품을 수입해 왔는데 지금은 IS가 주요 무역로를 장악해 그마저 어렵게 됐다. 때문에 인구가 많은 수도 바그다드의 경우 웃돈을 주고도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누군가는 생필품을 조달해야 한다. 루와이쉐드의 ‘용감한 상인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2000대의 생필품 트럭이 루와이쉐드와 바그다드를 오가며 이라크에 생필품을 조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인 및 트럭 기사 대부분이 일손을 놓은 상황이다. 배달길이 아주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트럭 기사들에 따르면 우선 도로 자체가 위험해졌다. 곳곳에 통행을 방해하기 위한 커다란 돌이나 바리케이드가 놓여져 사고가 나기 쉽다. 예전에는 루와이쉐드에서 바그다드로 가려면 일직선상에 있는 도시인 라마디나 팔루자를 거쳐 가면 훨씬 빨랐다. 하지만 두 지역이 지금도 전투 중이어서 남부로 우회해 가느라 2∼3일이 더 걸리고 있다.
부쩍 늘어난 검문소도 골칫거리다. 요르단 트럭 기사인 모하메드 오마르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물건 중 일부를 건네줘야 한다”며 “게다가 IS는 통행료 명목으로 200∼300달러(22만∼33만원)를 걷어간다”고 말했다. 돈이나 물건을 떼이는 건 그나마 낫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게 수두룩하다. 이라크 출신 기사인 니짐 마흐모드는 “미국의 공습 때문에 죽을 뻔했고, 지금은 이라크 정부군도 폭탄을 많이 떨어뜨려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공습보다도 길에서 무장한 지하디스트를 만나는 게 제일 무섭다”면서 “주변에 아무도 없어 그들이 우릴 죽이면 속수무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위험한 배달을 왜 할까. 우선은 돈 때문이고, 또 가족들 때문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이라크의 생필품 값 폭등으로 한 번 바그다드에 다녀오면 2000달러(220만원)의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다른 근로자들의 3개월 치 임금을 단 1주일 만에 버는 것이다. 특히 전쟁 때문에 변변한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이라크 출신의 가장들이 운전대를 자주 잡는다고 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죽음의 고속도로 달리는 ‘바그다드의 상인들’
입력 2014-12-10 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