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제127회 IOC총회에서 올림픽 개혁안을 담은 ‘올림픽 어젠더 2020’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와 2020 도쿄하계올림픽의 분산 개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평창조직위는 일단 분산 개최는 어렵다는 원칙론을 밝혔지만, IOC 총회에 참석했던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귀국한 뒤인 10일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시한은 내년 3월 말=IOC가 올림픽을 복수의 도시와 국가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은 최근 올림픽 개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한 도시 대회 개최가 힘들기 때문이다. 2022년 동계올림픽은 당초 유치에 뛰어든 노르웨이의 오슬로가 포기하면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중국 베이징만이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취임 후 획기적인 개혁안을 담은 ‘올림픽 어젠더 2020’을 마련했고, 일부 IOC위원이 반발했지만 표결에서는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바흐 위원장은 자신이 주도한 개혁안의 첫 조치로 평창동계올림픽의 해외 분산 개최를 거론했다. 외신들은 봅슬레이와 루지, 스켈레톤 같은 썰매 종목을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개최할 경우 한국은 1억 달러(약 1120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IOC는 올림픽 썰매 종목을 치를 수 있는 외국 경기장 12곳 리스트를 조만간 평창조직위에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IOC는 “수용 여부 결정권은 평창에 있다”면서도 시한을 내년 3월 말로 못 박았다. IOC는 일본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리적으로 1998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 나가노의 썰매장이 유력하다.
◇원칙은 불가하나 현실은…=강원도와 평창조직위는 분산 개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9일 “신설경기장 6곳을 모두 착공했는데 경기 장소를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평창군 관계자는 “10년이 걸린 3수의 올림픽 유치 도전과 군민들의 노력을 감안하더라도 분산 개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기 장소를 일본으로 옮기는 것도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썰매경기장인 슬라이딩센터는 6개 시설 경기장 중 가장 먼저 공사에 들어갔고 설계시점까지 포함하면 25%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공사를 중단하면 시공사에 대한 위약금 등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나가노에서 경기를 치를 경우 시설만 빌릴 뿐 대회 운영은 우리가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비용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IOC는 썰매시설을 포기하면 매년 유지비용 300만∼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조직위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개혁안을 들고 나온 IOC 제안을 완전히 묵살하기에는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과 명분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올림픽 개혁 신호탄으로 삼고 싶어 한다. 비용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분산 개최로 문제해결의 물꼬를 틀 경우 개혁안에 대한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IOC는 조직위의 일일 진행상황을 매일 보고받으면서 대회 준비상황을 100% 꿰뚫고 있다”면서 “제안이라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평창조직위가 마냥 단독 개최를 고집할 수 없는 이유다. IOC 위원이 2명밖에 없고 집행위원이 한 명도 없는 한국 스포츠외교 현실에서 IOC의 제안을 거부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분산 개최의 정당성도 설득력이 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 유성철 사무처장은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와 자치단체의 재정부담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IOC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분산 개최”라며 “이를 통해 올림픽이 끝난 뒤 돌아올 재정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썰매종목의 일본 개최가 성사되면 반대급부로 2020도쿄올림픽 일부 종목의 한국 개최도 적극 추진할 수 있다. 국민들의 상실감을 다독일 수 있는 명분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분산 개최 딜레마 빠진 평창… 원칙은 “불가” 현실은 “···”
입력 2014-12-10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