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에 금융사 지배구조 규준 시행 연기

입력 2014-12-10 02:18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이 2주 연기될 전망이다. 재계와 제2금융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반대 측은 금융 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이 주주권을 제한하는 모범규준을 밀어붙인다고 비판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모범규준을 발표하면서 1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대 의견을 감안해 오는 24일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9일 “금융권 협회에서 제시한 여러 의견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과 자산 기준(2조원 이상)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범규준은 금융회사가 임추위를 구성해 최고경영자(CEO) 및 주요 임원의 자격요건과 후보군을 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상시 운용토록 규정했다. 임추위에는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도 포함하도록 돼 있다.

재계는 모범규준이 금융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또 사외이사가 다수인 임추위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경영안정성을 해친다고 본다.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 금융사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118개사가 적용받도록 한 자산기준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신전문금융협회는 모범규준 적용 대상을 자산 2조원 이상에서 5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권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한 모범규준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반대 의견을 고려하되 모범규준의 당초 취지를 살리겠다는 입장이어서 당국과 재계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