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추가해 1000만원 꿀꺽… 천구백만원에 ‘이’ 넣어 이천구백만원으로

입력 2014-12-10 02:05
환경부의 관리를 받는 비영리법인 직원이 지출전표에 표시하는 한글 숫자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장부에 ‘일(1)’ 대신 ‘이(2)’라고 쓰는 수법으로 1000만원을 가로챘다.

감사원은 9일 환경부가 수도법에 따라 지도·감독하는 H협회 직원 A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던 상급자 B팀장, C처장 등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협회 특별회계 지출금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2012년 6월 ‘기업인턴십 지원비용’ 등 1976만640원을 협회 계좌에서 지급하기 위해 전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일천구백칠십육만육백사십원’으로 기재해야 하는 금액의 맨 앞 글자에서 ‘일’을 빼버린 채 ‘천구백칠십육만육백사십원’이라고 써넣었다. 이 문서를 들고 B팀장과 C처장으로부터 각각 결재와 관인 날인도 받았다.

결재를 받은 A씨는 임의로 기재금액 앞에 ‘이’자를 추가로 기재해 필요한 금액이 ‘이천구백칠십육만육백사십원’인 것처럼 부풀렸다. 글자를 지우고 다시 쓰면 흔적이 남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글자를 누락하는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차액인 1000만원은 고스란히 그의 통장으로 입금됐다. A씨는 이밖에도 같은 해 8월 퀵서비스 이용대금 등에 대해 450만원을, 지난해 2월에는 직원급여 지급 건에 대해 764만5000원을 과잉 출금하는 ‘간 큰’ 범행을 저질렀다. 총 2214만5000원의 횡령 금액은 자신의 병원비 등으로 사용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