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이 또 무산됐다. 지난달 28일에는 경영권 지분 30% 일괄매각 추진이 실패로 돌아갔다.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던 교보생명이 입찰 참여를 포기했고 중국 안방보험만 응찰함으로써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이어서 소수지분(23.76%) 매각 입찰에서도 5.94%만 정부 예정가격 이상을 제시해 낙찰됐다. 이로써 매각 주체인 정부와 잠재적 매수자인 시장 간에 우리은행 가치에 대한 심각한 시각 차이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러한 시각 차이의 핵심에 지배구조 문제, 즉 관치금융과 낙하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 해결 없이 정부 뜻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비록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권을 민간에 매각한다 하더라도 한편으론 자기자본과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적절한 경영 간여와 더불어 행장, 감사, 그리고 사외이사까지 낙하산 투하가 우려되는데 과연 누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서 경영권을 구입하려 하겠는가. 오히려 경영권 디스카운트가 적절해 보인다. 이런 상황은 소수지분 매각 시장도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 그간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 분리매각이 시너지 창출 기회를 박탈해 경영권 프리미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를 볼 때 이런 시각은 설득력이 낮다. 우선 대마불사 규제강화 추세 속에서 이들을 묶어서 매각하는 일이 용이하지도, 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연구들은 투자은행은 물론 투자은행계 금융지주사나 유니버설뱅크의 영업성과가 전문 상업은행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네 번째 민영화 추진이 실패한 지금 좀 더 적극적인 매각전략을 고민할 때인데, 국민주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주식을 비교적 저가로 분산매각하는 방식인데, 정부는 조기매각 효과를 얻고 국민은 주식을 싼 값에 구입해 주가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부가 주식을 싼 값에 매각하더라도 매수 주체가 국민이라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데 불과해 논리적 결함은 없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주주가 되는 것은 우리은행은 물론 국내 은행업과 자본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주 방식은 물론 처음 제안되는 것은 아니며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말 민영화를 원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는데, 각각을 살펴보자. 첫째, 국민주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공적자금 회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공적자금이라도 회수하는 게 무작정 미루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경영권은 프리미엄보다 디스카운트 대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둘째,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 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신주인수권을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민영화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불만을 추가적으로 잠재울 것으로도 기대된다. 셋째, 국민을 대상으로 매각한 주식이 돌고 돌아 지배주주 손에 매집된다는 우려가 있겠으나 이는 금융 당국이 적격성 심사로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방식의 가장 큰 약점은 지배구조 확립의 어려움이다. 요즘 문제되는 낙하산과 신관치 문제 등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주 발행 시 낙하산 임용 및 일정 수익성지표의 미충족 등 두 가지를 행사요건으로 하는 풋백옵션을 첨가하는 방식이 설득력을 지닌다. 이는 매도자에게 좋은 경영자 모셔오기와 은행 성과 제고라는 유인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주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공적 마무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헌(숭실대 교수·금융학부)
[경제시평-윤석헌] 우리은행, 국민주 매각을
입력 2014-12-10 02:20 수정 2014-12-10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