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랑·진실·인간을 먼저 생각한다

입력 2014-12-10 02:51
국민일보가 창간 26주년을 맞았다. 아직 부족하지만 혈기왕성한 청년의 때를 맞아 매력적인 신문으로 나날이 성장해올 수 있었던 데는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과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임직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독자들과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설립자인 조용기 국민일보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창간기념 감사예배에서 “조국과 민족의 등대가 되고 소망이 되는 신문을 꿈꿨다”며 창간 당시를 회고했다. 그 꿈은 한 사람의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가르침과 더불어 진실을 추구하며 사랑을 증거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랑·진실·인간’이 국민일보의 사시(社是)로 등장한 배경이 바로 그러하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진실·인간의 존엄함이 부각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생때같은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면서 온 국민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날밤을 새워야 했다. 구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사후 수습도 우왕좌왕이었다. 여기에 수익성만을 우선한 여객선의 불법 개조가 사고를 불렀다는 지경에 이르자 국민은 크게 분노했다.

사랑은 없었고 진실은 가려졌으며 사람들은 버려졌으니 누구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뼈아프게 실감했다. 경제 제일주의의 생명경시 풍조를 비롯해 공동체는 뒷전이고 자신들만을 우선시하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자랑해 왔던 압축성장의 또 다른 한 면이었다. 불편한 진실이 불거지면서 결과적으로 시야가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소외계층이 존재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우리 가운데 형성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될 만한 것이었다.

이제 부끄러운 진실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으며 피해서도 안 된다. 국가 개조가 거론되고 혁신이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 문제를 주도할 수 있는 동력을 잃은 듯 보이고, 정책을 이끌고 나아가야 할 청와대는 뜬금없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휘둘리면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랑과 진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음을 정치권과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 역시 지금 어려움에 직면했다. 회복은 더디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고통은 확대일로다. 취업난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양육 문제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흐름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준비가 미흡한 채 급격하게 고령인구가 늘어나 이른바 저출산·고령화의 광풍 앞에서 복지수요 안배를 둘러싸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폭주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군(群) 가운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북관계다. 저출산·고령화의 압력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그나마 한국사회가 경제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돼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현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 실행을 위한 추가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주변국들과의 유대·소통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대미 및 대중 관계는 물론 몇 년째 삐거덕거리고 있는 한·일 관계도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 일본에 대한 과도한 반응과 과잉 대응을 피하면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우리 앞에 펼쳐진 무수한 문제들은 하나같이 만만하지 않다.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논란과 갈등만 증폭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랑·진실·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는 없다고 본다. 국민일보 또한 그와 같은 가치의 잣대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