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해오며 누구에게도 안했던 헌사를 쥘 베른에게만은 바쳤어요.”
‘십오 소년 표류기’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공상과학(SF) 소설 선구자 쥘 베른(1828∼1905)의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전 3권·열림원)이 ‘최고 번역가’로 꼽히는 김석희(62·사진)씨에 의해 초역됐다. 김씨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15년에 걸쳐 번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쥘 베른은 당시의 과학적 성과를 접목시켜 판타지를 SF로 끌어올린 대가”라고 말했다. 소설 내용이 예언처럼 세월이 지나면 현실화되는 게 놀라울 정도라는 것이다. 지구와 달의 거리, 자전의 속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해 스토리를 짰기 때문이다.
쥘 베른 소설은 초기에 소년잡지 ‘교육과 오락’에 실렸다. 아동소설로 오해되는 이유다. 김씨는 “당시 프랑스가 영국에 비해 과학기술이 떨어져 식민지 개척에 뒤지자 청소년에게 과학 하는 마음을 심어주려고 출판사가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일 뿐 실제 소설에 열광했던 이들은 어른들”이라고 말했다.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은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한 그랜트 선장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역자가 출판사에 제안해 200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쥘 베른 걸작선’의 11번째다. 작가 사정으로 6년 만에 선보인다. 이로써 ‘해저 2만리’(전 2권·2002) ‘신비의 섬’(전 3권·2006)에 이어 ‘해양 모험 3부작’이 완역되게 됐다. 쥘 베른 걸작선은 내년 2월 13종으로 완간된다.
“쥘 베른의 소설은 뭐니 뭐니 해도 재밌어요. 신나게 번역했지요.” 2007년부터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김씨는 ‘8·8·8원칙’(8시간 잠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노는 것)을 지키며 작업 중이다. 본인의 소설은 내년 2월 나온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번역한 김석희씨 “나의 첫 헌사, 쥘 베른에게 바쳤어요”
입력 2014-12-10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