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산은 특이한 산이다. 정상의 높이가 4095m에 달한다. 보르네오 섬 북쪽 끝에 솟은 산봉우리는 화강암 덩어리다. 150만년 전에 지표 아래에서 식은 용암이 상승해서 만들어졌다. 키나발루 공원은 말레이시아 최초로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해 있어도 정상의 체감온도는 영하 이하다. 우뚝 선 검회색 바위 덩어리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도 매년 5㎜씩 솟아오르면서 지각운동을 하고 있다.
키나발루 산 속에 보르네오복음교회(SIB, Sidang Injil Borneo) 신학교가 서 있다. 이 신학교는 말레이시아 원주민들이 운영한다. SIB도 원주민들이 세운 말레이시아 토착 교단이다. 보르네오의 개신교 선교는 1786년 영국의 식민 지배와 함께 시작됐다. 1928년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평신도 선교사들이 보르네오를 찾았다. 이들은 보르네오 복음 선교회(BEM)를 세우고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 대표적인 인물이 허드슨과 알렉산더였다. 59년에 보르네오복음교회를 창립했고 72년에 BEM이 철수를 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지도력이 이양되었다.
SIB 교단은 교인이 50만명 되도록 성장했다. 교회도 1297개나 된다. 서쪽의 말레이 반도로 선교도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 SIB 사바, SIB 사라왁, SIB 서머난중으로 교단을 분립했다. 이들은 행정관할은 달리하지만 선교를 위해서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2500만 말레이시아인 중에서는 소수이지만, 25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보르네오 원주민의 2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원주민은 전통 가옥에 살면서 각 부족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있다.
그 사이에 보르네오는 63년 싱가포르와 함께 말레이 반도의 말라야 연방과 통합해서 말레이시아가 되었다. 65년에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분리되었지만, 보르네오는 말레이시아의 일부로 남았다. 오늘날 보르네오는 흔히 동말레이시아로 부른다. 말레이시아로의 통합은 SIB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 주었다. 말레이시아가 국교를 이슬람교로 선포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종교 자유가 허용되지만,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교활동은 금지하고 있다. 보르네오에서는 모스크와 함께 불교 사찰, 힌두교 사원, 교회와 성당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이슬람은 전 세계 60개 이슬람 국가의 의장국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말레이시아를 이슬람화하기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보르네오 밀림 곳곳에 이슬람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세워서 조직적으로 포교하고 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이들에게 주택이나 직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때로는 타 종교의 지도자를 거액으로 보상하겠다며 유혹하기도 한다.
SIB는 2007년 12월부터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말레이어에서 ‘알라’는 보편적인 신의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당시 내무부 장관이 기독교 언론이나 출판물에서 ‘알라’라는 명칭을 사용 금지시키면서 시작되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 장관도 타종교의 ‘알라’ 사용은 무슬림들에게 혼동을 준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2009년에 말레이시아 당국은 ‘알라’가 표기된 성경 1만5000권을 압수하기도 했다. 교회가 ‘알라’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모든 성경을 다시 인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에서 지리한 소송전을 계속하고 있다.
SIB 교단은 이슬람화의 도전 외에도 개인 구원 위주의 선교의 한계, 원주민 지도자들의 낮은 교육수준, 목회자 부족, 극심한 빈부격차, 평신도 지도력 개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SIB 교단은 최근 한국교회와 교류를 통해서 해법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SIB 교단이 한계를 극복하며, 키나발루산처럼 밀림 속에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변창배 목사(예장통합 총회기획국장)
[시온의 소리-변창배] 밀림 속의 보물, 보르네오복음교회
입력 2014-12-10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