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스물한 살에 첫 여행을 시작했다. 무모했고 서툴렀기에 돌아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스물다섯에 다시 낯선 땅으로 떠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취업에만 매달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세계 일주였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듣고 두루 경험했다. 스물아홉까지 이어진 그녀의 여행은 비로소 어떤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녀는 문화가 공간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채워준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보고 배웠다. 그것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서른이 넘어서 문화예술정책을 공부했고 사회적기업에서 일했다. 오지 마을을 갤러리로, 재래시장을 문화 놀이터로 변화시켜 발길이 뜸해진 장소를 그 지역주민조차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재창조했다.
그렇게 1년 후 그녀는 앓아누웠다. 고된 업무로 정작 자신은 문화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가 시도한 것은 ‘살고 싶은 도시에서 하고 싶은 일하기’였다. 군산과 광주를 옮겨 다니며 문화공간을 만들고 강좌를 기획했고 일본에 초대돼 이런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제 어려서부터 당연히 하던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에서 자유롭다.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어떻게 살고 싶다’는 방법론으로 변했고 그것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기 위해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사는 곳과 일이 자주 변했기에 그녀 삶은 늘 불안했다. 하지면 그녀를 가장 위태롭게 하는 것은 권태였다. 지금 하는 일이 무료해진다 싶으면 과감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던 그녀는 얼마 전 모 여행사에서 최고령 지원자로서 면접을 봤다. 지금 그녀는 그곳에서 최고령 신입사원이 되었으며 히말라야 여행팀 인솔을 준비 중이다.
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삶의 모범답안이 아니라 너만의 삶을 그려가는 네가 고맙다고 말한다. 다음에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곽효정(매거진 '오늘' 편집장)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입력 2014-12-10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