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태어난 1988년은 격동의 한 해였다. 2월 25일 노태우 대통령이 13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4월 26일 13대 총선이 치러지고, 7월 2일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파란이 일었다. 유신과 5공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정권의 ‘코드 인사’라는 게 이유였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낙하산 인사’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8월 4일 MBC 9시 뉴스데스크 생방송 중에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어처구니없는 방송사고였다. 방송사의 부주의한 진행으로 발생한 방송사고의 모델처럼 회자됐다. 가요계에는 8월 6일 이상은이 ‘담다디’로 MBC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혜성처럼 나타났다.
체육계는 8월 14일 프로권투 선수 문성길이 세계권투협회(WBA) 밴텀급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금은 프로복싱이 시들해졌지만 26년 전만 해도 세계 타이틀 획득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10월 16일 탈주범 지강헌이 서울 북가좌동 주택가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경찰과 대치하던 지강헌은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며 ‘무전유죄 유전무죄’라고 외쳤다.
1988년 최대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린 제24회 서울올림픽을 들 수 있다. 159개국 8391명이 참가해 23개 종목의 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개막식은 굴렁쇠 소년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종합순위 4위를 차지하며 체육 강국의 위상을 자랑했다.
9월 17일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올림픽 구기 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금메달은 팀이 몇 개 되지 않고 선수층도 얇은 열악한 환경에서 딴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이후 올림픽에서 세계 강국들과 눈물의 승부를 펼쳐 ‘우생순’ 스토리를 낳았다. 서울올림픽 100m 우승자 벤 존슨은 9월 27일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겪기도 했다.
올림픽 열기가 가라앉고 계절도 늦가을로 접어든 11월 19일 국민일보 창간을 앞두고 특보 1호가 발간됐다. ‘정의 언론 진실의 돛을 올린다’라는 창간정신을 4페이지에 담아 100만부를 발행했다. 11월 26일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당시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11월 27일 국민일보 특보 2호에는 세계적인 특종 사진이 실렸다. 사진부 김성남 기자가 백담사 부근에 잠입해 손녀를 업은 이순자씨를 천신만고 끝에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진은 ‘民을 거스르면 民이 버린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도 이를 인용 보도함으로써 창간도 하기 전 국민일보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국민일보는 ‘사랑 진실 인간 구현의 정론지’를 앞세우며 12월 10일 창간됐다. 12월 14일에는 ‘의원세비 대폭 인상’이 1면을 장식했다.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71.6%나 인상키로 합의한 사실을 특종 보도한 것이다. 12월 24일 신해철이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실었다. 국민일보는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리고 진실 보도에 힘썼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응답하라 1988’… 올림픽 잔치의 해, 국민일보 특보부터 특종
입력 2014-12-10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