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보호 과하다더니…OECD 평균에도 못 미쳐

입력 2014-12-09 04:16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를 거론하며 해고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근로자가 해고를 당할 경우 기초생활을 보호해줄 사회안전망 장치는 OECD 최하위권이었다.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에 앞서 해고 등 고용불안 시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리해고 OECD 4번째로 쉬워=8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정규직 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지수는 2.17로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나타났다. 고용보호지수란 해고에 대한 정부의 규제 여부, 추가 해고수당과 사회적 보상계획 여부 등 한 나라의 해고 관련 법률을 분석해 만든 지수로 지수가 낮을수록 해고가 쉽다는 의미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모델로 꼽는 독일의 고용보호지수는 2.98로 OECD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의 경우 일반해고보다 정리해고가 더 쉬웠다. 일반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지수는 2.29로 OECD 평균 2.04를 살짝 웃돌았다. 반면 정리해고 고용보호지수는 1.88로 OECD 평균 2.91보다 1.03포인트나 낮았다. 한국 기업들이 평시 정규직을 해고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이 어려울 때 정리해고하기는 상당히 쉽다는 뜻이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정규직 과보호론’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다.

◇실업급여 수준도 하위권=한국은 근로자가 해고를 당할 경우 최소한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인 실업급여 수준도 OECD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의 실업급여 상한액은 하루 4만원이다. OECD의 ‘2013 고용 전망’을 보면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상한액은 39.0%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터키, 벨기에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급기간도 짧다. 한국은 최대 240일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최대 지급기간이 짧은 국가는 체코, 이스라엘, 슬로바키아, 영국뿐이다. 평균 수급일수는 89일 정도밖에 안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 내놓은 ‘실업급여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실업급여 수급이 짧을수록 재취업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다시 실업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도 넓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2529만명 중 적용 제외자는 1006만명에 달한다. 학습지 교사, 택배원 등이 고용보험 법령에 따라 적용 범위의 예외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률은 42.6%로 실업자 10명 중 4명만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실업급여는 소득 대체율(지급액), 지급기간, 포괄범위 세 가지 모두 낮다”며 “일부 선진국처럼 고용 유연화를 하려면 그 나라의 튼튼한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먼저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