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닐라 인근 통과… 120만명 대피

입력 2014-12-09 04:24

3일째 필리핀을 강타한 대형 태풍 ‘하구핏(Hagupit)’의 영향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8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최소 27명이 숨지고 120만명 이상이 대피한 가운데 하구핏이 인구 1200만명이 밀집한 수도 마닐라 인근을 관통해 피해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관광객 1000여명도 현지에서 발이 묶였다.

폭우를 동반한 하구핏은 마닐라 인근을 지나며 반경 450㎞ 이내 지역에 시간당 최대 30㎜에 이르는 많은 비를 뿌렸다. 필리핀 기상 당국은 마닐라 주변 지역에 폭풍경보와 폭풍 해일경보를 발령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9일까지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밤 동사마르의 돌로레스에 상륙한 이번 태풍으로 필리핀 동부지역을 비롯해 루손섬 남동부 마스바테, 세부섬 일부 지역에서 침수사태가 발생하고 돌풍과 폭우에 가옥이 무너지는 등 재산 피해가 이어졌다. 사마르 지역에서는 일부 하천이 범람하면서 상당수 저지대가 물에 잠겼고 인근 산악지대에서는 산사태도 잇따라 발생했다. 태풍으로 피해 지역의 통신이 끊겨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통신이 재개되면 피해자 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 희생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난 관광객 1000여명이 항공기 운항 취소로 공항 등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전날 필리핀 전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입국자제 및 조기출국)를 발령한 바 있다. 태풍 여파로 이날에만 마닐라발 인천행 등 국제선 18편과 국내선 176편 등 모두 194편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다.

그러나 당초 ‘슈퍼 태풍’으로 분류됐던 하구핏은 전날 마스바테 지역에 상륙하면서 세력이 약화됐다. 전날 오전 중심부 최대풍속과 순간 최대풍속이 각각 시속 160㎞(초속 44.44m)와 195㎞(초속 54.17m)였던 태풍은 이날 오후 마닐라 인근을 지날 때에는 각각 시속 85㎞(초속 23.61m)와 100㎞(초속 27.78m)를 기록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11월 중심부 최대풍속이 235㎞(초속 65.28m)에 달하는 슈퍼 태풍 하이옌이 상륙해 73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구핏이 도착하기 직전부터 당국이 대규모 대피령을 발동해 인명 피해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피해 수습을 지휘하기 위해 오는 11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회의에는 아키노 대통령 대신 장관 2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