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제보 박동열 “김춘식에 들었다”

입력 2014-12-09 04:59 수정 2014-12-09 10:23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문건의 제보 전달 경로가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박관천(48) 경정이 문건을 작성할 때 정보를 얻은 제보자가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라고 판단하고 8일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춘식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10인 모임' 정보를 얻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박 경정과 박 전 청장, 김 행정관을 각각 재소환해 3자 대질신문했다. 여러 경로의 검증을 통해 박 전 청장을 최초 제보자로 판단한 검찰은 박 전 청장과 박 경정을 대질신문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때 둘의 진술은 일부 엇갈렸다. 박 경정은 문건의 신빙성을 높게 본 반면 박 전 청장은 전언(傳言)을 옮긴 것뿐이라는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청장은 "박 경정에게 옮긴 말 중에는 김 행정관으로부터 들은 내용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행정관이 새로운 출처로 떠오르자 3자 대질신문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청장과 김 행정관은 동국대 동문이다.



다만 제보 경로가 확인됐다고 해서 문건 내용의 신빙성이 커진 것은 아니다. 박 전 청장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박 경정은 문건 작성 과정에서 '크로스 체크'(교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경정이 김 행정관에게 확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은 "정윤회(59)씨 얼굴도 모른다" "문건의 '모임'은 실체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의 작성 경위는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전언'의 실체는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만으로 '10인 모임'의 존재를 밝힐 수 없다고 보고 객관적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임) 안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결국 당사자 진술로 나올 부분이지만 회합 여부는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차명폰까지 포함해 청와대 측 고소인들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같은 시점에 동일 기지국 안에 있었는지 등을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객관적 증거로 모임의 정황이 증명되지 않으면 문건은 허위로 판명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만일 회합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그 자리에서 말이 오갔다는 내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인 정씨는 10일 오전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도 겸한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소환해 정씨와 대질신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윤회 문건'이 김 실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경원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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