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여권 권력 추 ‘靑→黨’ 이동하나

입력 2014-12-09 03:55 수정 2014-12-09 10:5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코를 만지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손가락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여권의 권력지형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권력의 추’가 청와대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전열을 재정비한 뒤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번 의혹을 계기로 불투명한 청와대 운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무슨 권력자냐”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발언으로 수면 아래로 잠복하긴 했으나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사퇴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의문이 있는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성역 없이 진행돼 잘못 알려진 부분은 국민의 오해를 풀어주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문건 파동을 신속하고 말끔하게 매듭지어 국정이 굳건한 반석 위에서 원활히 돌아가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할 말을 하는 여당’은 김 대표의 소신이지만 비선실세 의혹이 터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발언이 아니라 지극히 원칙적인 내용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여야의 당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조만간 가동될 예정인 ‘2+2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2+2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얘기도 거론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얘기든 다 나올 것”이라며 “모든 논의를 다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새누리당이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새누리당 초·재선 중심의 쇄신 모임인 ‘아침소리’는 주례 모임을 갖고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 쇄신과 박 대통령의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좌장 이재오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천하지목시 이천하지이청(以天下之目視 以天下之耳聽)’이란 글을 올리며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중국 전한시대 회남왕(淮南王) 유안의 저서 ‘회남자’에 나오는 구절로, ‘임금은 자신의 눈과 귀를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믿는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귀로 들으라는 것”이라며 “이는 특히 ‘권력의 정상’에 있는 사람의 덕목이기도 하다”고 썼다.



그러나 당청 관계가 당장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 대통령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격정적으로 토로한 것이 청와대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을 자제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꼬리를 물고 드러날 경우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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