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성자 (13) 예수 그리스도의 참사랑을 깨닫게 해준 조지프

입력 2014-12-10 02:37
비록 자폐를 앓는 아이였지만 아들 조지프는 교만했던 내게 인생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는 스승이었다.

조지프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남편과 나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조지프 때문에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친구를 얻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남편은 사업상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한번은 고위 정치인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남편은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조지프의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그러자 그분은 사춘기를 겪는 자녀의 이야기를 꺼내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 일을 계기로 그분과 남편은 사업관계를 뛰어넘는 친구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나중에 그분의 부인이 밴쿠버에 왔을 때 우리 집에 들러 함께 기도하고 격려할 만큼 온 가족이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 나는 조지프와 함께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님이 운영하시는 노숙자지원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정확한 주소도 없이 지원센터라는 이름만 듣고는 노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헤이스팅스 거리로 갔다. 대강 이 지점이려니 하고 차를 세운 채 간판을 찾았다. 겨울 오후 뿌옇게 안개 낀 밴쿠버 헤이스팅스 거리는 칙칙하고 음산했다. 그런데 조지프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 조지프가 어디로 갔지?’

깜짝 놀란 내가 주변을 살펴보니 조지프는 노숙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 있었다. 그곳에는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들도 많이 섞여 있던 터라 덜컥 겁이 났다. 그분들을 섬기러 간 것은 맞지만 돌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보니 걱정이 앞섰다. 조지프가 두려움도 없이 혼자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한 노숙자 앞에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Hi! How are you? My name is Joseph. What is your name?(안녕? 내 이름은 조지프예요. 당신 이름은 뭔가요?)”

그 모습을 본 나는 너무나 놀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뛰어가서 아들을 데려올까 싶으면서도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조지프와 그런 조지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 사람 사이에 잠시 적막이 흐르는 듯했다. 자칫 시비라도 붙을 수 있는 순간, 내가 숨을 죽이며 바라보는 사이 그 사람은 빙그레 웃으며 아들이 내민 손을 잡고 말했다.

“My name is peter.(내 이름은 피터야)”

그 사람의 대답에 조지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조지프는 사명을 다한 사람마냥 뿌듯한 표정으로 내게 성큼성큼 걸어왔고, 악수를 받아줬던 그 사람은 그렇게 걸어오는 조지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아, 조지프…. 해맑게 걸어오는 조지프를 보며 내 마음 안으로 무언의 메시지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조지프,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판단을 하며 사는지 몰라. 사람의 외모만 보고 저 사람은 내가 먼저 가서 얘기해도 될 사람, 혹은 얘기해선 안 될 사람으로 판단하곤 하지. 그런데 상대방의 외모가 어떻든 똑같이 다가와 먼저 손을 내미는구나. 그래 조지프, 그게 예수님의 마음이었어. 예수님도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서 말씀하셨지….’

그런 감동이 밀려들자 조지프가 내게 얼마나 큰 축복의 선물로 찾아온 아이인지 깨달았다. 조지프가 없었다면 완악하고 교만하기만 한 내가 지금쯤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 그저 내 안위와 성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다 끝났을지도 모를 내 인생, 조지프는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알도록 안내해 주는 그런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돌아온 조지프를 향해 말했다.

“조지프, 너는 정말 최고야. 너는 엄마의 진짜 스승이야.”

엄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조지프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조지프의 손을 꼭 잡고 어깨를 편 채 씩씩하게 거리를 걸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