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액츄얼리’와 ‘인터스텔라’가 만나면… 스티븐 호킹의 러브 스토리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입력 2014-12-10 02:42
천재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젊은 시절의 호킹(에디 레드메인)이 나중에 아내가 되는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로맨틱하다.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10일 개봉되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제목만 보고는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 또는 사랑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룬 영화”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영화의 주인공은 천재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2) 박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박사로 활동 중인 호킹의 젊은 시절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사랑의 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기에 붙인 제목이다.

전 세계 1000만부가 팔린 그의 부인 회고록 ‘무한으로의 여행: 스티븐 호킹과 함께 한 인생’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천재 물리학자가 이룬 업적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그가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 불꽃같은 사랑이 그의 성공에 연료이자 에너지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조명하고 있다.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은 신년파티에서 매력적이고 당찬 인문학도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마주친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처럼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부터 빠져든다. 천재이지만 괴짜 같은 남자와 다정하지만 강인한 여자. 두 사람은 완벽한 커플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두 사람 앞에 모든 것을 바꿀 일이 일어난다.

루게릭 병으로 살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의 선고. 호킹은 점점 신발 끈을 묶는 게 어려워지고, 발음도 흐릿해지고, 지팡이 없이 걷는 것조차 힘들어져 간다. 과학자로서의 미래와 영원할 것 같은 사랑, 모든 것이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호킹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와일드가 변함없는 마음과 믿음을 곁에서 보여주며 그의 삶을 다시 일으킨다.

이후 삶을 바꾸는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올겨울 따스한 감동을 불러올 영화는 로맨스의 명가인 영국 영화사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해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워킹타이틀은 그동안 신인배우 휴 그랜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주연의 ‘노팅 힐’(1999), 30대 여성의 사랑 찾기를 그린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명사로 평가받은 ‘러브 액츄얼리’(2003) 등을 내놓았다.

영화 홍보사는 “연말 로맨스 영화의 계보로 2012년 12월 ‘레미제라블’에 이어 2013년 12월 ‘어바웃 타임’이 있었다면 올해 12월에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가슴 설레는 로맨스와 벅찬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죽을병에 걸려 병마와 싸우는 호킹의 모습이 구질구질하지 않고 상큼한 울림을 주는 것은 에디 레드메인(32)의 연기력 덕분이다. 그는 “청춘의 사랑과 불같이 열정적인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슬픔까지 포함한 사랑”이라고 자신의 배역에 대해 말했다. 점차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지는 연기를 위해 거울 앞에서 몇 달간 연습하기도 했다.

중간 중간에 호킹이 빅뱅과 블랙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에 대해 설명하고 복잡한 물리학 공식을 푸는 장면에서는 우주SF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 ‘호빗’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 전편을 다룬 것처럼 이 영화가 ‘인터스텔라’ 탄생의 비밀을 담은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겠다.

‘세상을 바꾼 남자, 그의 삶을 바꾼 기적 같은 사랑’을 내세우는 영화는 “삶이 비록 힘들지라도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삶에 영감을 주는 영화” 등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제37회 밀 밸리 영화제 월드시네마 금상을 수상했다. 129분. 12세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