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시장 ‘변질 시대’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들 눈길

입력 2014-12-10 02:54
록밴드 YB의 리더 윤도현(오른쪽 세 번째)은 최근 바비킴과의 합동 콘서트 ‘동시상영’을 앞두고 서울 홍대 한 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원시장을 쫓아가기보다는 우리 방식의 음악을 하자고 생각했다”며 공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컴퍼니 제공
합동 콘서트 포스터. 디컴퍼니 제공
김장훈 콘서트 ‘국가대표’ 포스터.
질문 하나.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방법은?

우문(愚問)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곡이 쏟아지는 가요계 음원 시장에서 1위는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설사 상위권에 오르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따르기 어렵고 정답을 따라간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게 음원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가수 김장훈이 신곡 ‘살고 싶다’ 쇼케이스 현장에서 음원 차트에 오를 수 있는 묘책 아닌 묘책을 내놨다. “아이돌 등 인기 가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노이즈 마케팅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변질된 음원 차트 대신 공연장에 집중하는 가수가 늘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9일 “음악성을 인정받은 가수들에게 음원 시장 순위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음원 차트 점령, 어렵지 않다?=올해 음원 차트를 보면 김장훈의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음원 차트를 석권한 것은 주로 아이돌이었다.

엑소와 2NE1, 씨스타 등이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빅뱅의 태양이나 슈퍼주니어의 규현처럼 솔로로 음원을 공개하거나, 씨스타 소유와 정기고가 콜라보레이션하는 등 아이돌들은 형태를 달리하며 차트를 석권했다.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김장훈의 ‘공식’은 적용된다. 서태지와 god는 노래도 좋았지만 각각의 이슈가 더해졌다. 서태지는 아이유를 앞세워 관심을 모았고 god는 ‘12년만의 완전체’라는 뜨거운 소재까지 합쳐져 인기를 얻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슈몰이를 한 전형적인 사례는 군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고 4년 만에 복귀한 MC몽이었다. 차가운 여론 반응에도 음원 차트에선 잘 나갔다.

이러다 보니 음원시장이 변질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장훈은 “음원 차트에서 ‘올 킬’을 하거나 순위가 높아도 국민가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인기를 얻지 못하는 장르 편식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윤도현은 “록 밴드는 음원시장에서 크게 멀어졌다. YB의 음악도 마찬가지”라며 “연말 콘서트에서 YB의 신곡도 깜짝 발표할 예정이지만, 음원으로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연장에서 만나요=음원 시장 대신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나겠다는 가수들의 결정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오는 20일 대전을 시작으로 합동 콘서트 ‘동시상영(冬詩相盈)’을 개최하는 YB의 윤도현과 바비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전에 이어 24일 대구, 25일 부산에서 공연을 가진 후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팬들을 만난다.

윤도현은 “음원시장을 쫓아가기 보다는 성적이 안 좋아도 우리 방식의 음악을 하자고 생각했다”면서 “음악을 만들 때도 공연을 생각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비킴도 “무명시절을 벗어나 2004년부터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마케팅이나 홍보에는 관심 없었고 그 쪽으로 머리를 쓸 줄도 몰랐다”면서 “우리는 성적이 좋지 않아도 우리 방식의 음악으로 얘기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티켓 파워가 있는 만큼 최근 내놓은 신곡들에 대한 음원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도현은 밴드가 아닌 솔로로 미니 앨범 ‘노래하는 윤도현’을 내놓고 지난 10월 홀로 단독 소극장 콘서트를 열었다. 음원 차트에선 그의 노래를 찾을 수 없었지만 200석이 채 되지 않는 소극장은 12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김장훈의 신곡 ‘살고 싶다’도 음원 차트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일 5년 만의 전국투어 첫 도시인 광주 공연은 관객 4000여 명의 뜨거운 환호 속에 성공리에 끝났다. 전국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김동률도 공연장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음원을 발표한 뒤 단 한번의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음원 차트를 석권하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