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삶에 지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순간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도움을 주려고 준비하는 이웃들이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주민센터의 문을 두드려보자.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확대된 통합사례관리사들이 어려운 이웃에 신속히 개입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는다.
최근 벼랑 끝에서 이웃의 도움으로 한줄기 희망을 찾은 신모씨(67·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삭발하고 석유 한 통을 구입해 옷가지를 태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함께 생활하는 아들이 장기 실직한 데다 사기까지 당해 빚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생계비로 쓰던 노령연금마저 압류당해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했다. 설상가상으로 인근 사찰에 무료급식을 받으러 갔다가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신씨가 모든 것을 놓으려던 순간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통장이 구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 도봉구 쌍문희망복지센터는 주민센터와 협력해 신속히 개입했다. 가스요금이 체납돼 냉방에서 생활하고 있던 신씨에게 밀린 공과금을 우선 지원해 따뜻한 방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직업상담사는 아들의 구직을 도왔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정기적으로 신씨의 집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신씨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민간 의료기관과 연계해 건강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신씨 가정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아들에게 재취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씨 아들은 직업상담사의 도움으로 전에 다녔던 금형공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건강이 회복된 신씨는 자살을 위해 구비해두었던 석유와 노끈을 치웠고, 아들과의 갈등 매듭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아들 한모(38)씨는 말없이 도와준 이웃들에게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8일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들이 많은데 그걸 몰라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이웃에게 도움이라도 청해 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한파 녹이는 따뜻한 손길] 삶 포기한 순간, 이웃이 있었다
입력 2014-12-09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