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때문에 □□□까지 해봤어요”

입력 2014-12-09 03:35

2박3일 안 자기, 친구와 약속 깨기, 지하철에서 공부하기, 밥 안 먹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

초등학생들이 공부를 위해 해봤다고 답한 것들이다. 어린이답지 않게 가혹한 일과를 소화하고 있었다. 부모와 사회가 이런 삶을 강요하거나 방치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랄 수 있을까.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8일 공개한 연구보고서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에 짓눌려 지내는지 보여준다. 어린이 연구원으로 선발된 서울 마천초 6학년 노원실(12)양 등 초등 5, 6학년 5명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연구를 진행했다.

서울 강남의 초등 6학년 여학생은 하루 수면시간이 4시간30분에 불과했다. 이 학생은 매일 오전 2시 반에 자고 오전 7시에 일어났다. 예습과 복습을 한 뒤 등교하고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3시부터는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서 7시간을 더 공부했다. 오후 10시쯤 집에 오면 학교와 학원에서 내준 숙제, 한자·중국어 공부, 피아노 연습을 차례로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 학생은 “우리 동네 아이들의 평균 취침시간은 새벽 1시다. 그 시간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그 많은 숙제를 감당할 수 없다. 한 친구는 하루 5시간 자면 많이 자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양 등이 서울과 충북 충주 지역 또래 110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43분이었다. 보통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고 오전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났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어린이에게 권장하는 9∼10시간보다 최대 3시간30분 가까이 짧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약 3.6시간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30.9%가 “자유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아이들의 여가와 수면시간을 잡아먹는 건 사교육과 각종 숙제였다. 학생 92.7%(102명)가 학원·학습지·과외 등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학교 정규교육 시간까지 1주일에 평균 42.2시간(일평균 6시간)을 공부하는 데 썼다. 공부시간이 너무 길다고 답한 학생은 33.6%, 공부의 양이 많다는 학생은 34.5%였다. 3명 중 1명은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 연구원들은 “전화 인터뷰 결과 공부를 적게 하는 아이들은 현재 생활에 만족했고 공부를 많이 하는 아이들은 만족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위해 ○○까지 해봤다’에서 ‘○○’을 채우는 설문에는 ‘3시간만 자기’나 ‘밤 새우기’ 같은 대답이 나왔다. ‘도서관이 문 닫을 때까지 앉아 있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부터 펴기’를 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과도한 학업과 시험, 여가시간 부족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한 학생은 대면 조사에서 “시험 결과가 안 좋을 때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까 겁나고 불안하다. 엄마께서 잔소리를 하시면 갈등이 생기고 그 스트레스를 동생에게 푼다”고 말했다. “결과가 노력을 배신하거나 운이 없기 때문”이라며 비관하는 학생도 있었다. 다른 학생은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지만 책 읽을 시간은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이들답지 않게 “(공부 때문에) 사는 게 힘들다”는 답변이 많았다.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공부하느라 밤을 새우는 학생이 대다수인 데다 여가시간이 단축되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들이 과도한 학업과 시험, 여가시간 부족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한 학생은 대면 조사에서 “시험 결과가 안 좋을 때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까 겁나고 불안하다. 엄마께서 잔소리를 하시면 갈등이 생기고 그 스트레스를 동생에게 푼다”고 말했다. “결과가 노력을 배신하거나 운이 없기 때문”이라며 비관하는 학생도 있었다. 다른 학생은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지만 책 읽을 시간은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이들답지 않게 “(공부 때문에) 사는 게 힘들다”는 답변이 많았다.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공부하느라 밤을 새우는 학생이 대다수인 데다 여가시간이 단축되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