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맡길 유치원을 찾지 못해 난리인데 정작 사립유치원은 잇따라 문을 닫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유치원 중복 입학지원을 둘러싼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사립유치원은 매년 숫자가 줄고 있다. 유아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운영난에 빠진 것이다. 최근 5년간 서울의 사립유치원 숫자는 723곳에서 699곳으로 24곳이나 사라졌다.
8일 유치원 정보공시 사이트인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A유치원은 올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만 3∼5세 아동을 모두 합쳐 121명이 정원인데 75명만이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동작구 B유치원도 전체 정원은 75명이지만 실제 원아는 52명에 불과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올해 소속 유치원들의 충원율을 평균 76%로 파악했다. 종로·용산·중구 등 도심 지역은 평균보다 훨씬 낮은 67.2%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원이 아닌 모집인원 대비 충원율을 계산하는데 여기서도 사립유치원 충원율은 91%로 나타났다.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다는 아우성이 빗발치지만 상당수 유치원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치원 충원율이 낮은 이유는 인구 감소 때문이다. 2000년 63만4000여명이던 출생아 숫자는 2005년 43만5000여명으로 20만명 가까이 줄었다. 이른바 황금돼지띠라는 2007년생이 49만3000여명으로 반짝 증가를 보였지만 내년에 만5세가 되는 2009년생은 44만4000여명 수준이다.
누리과정 지원 확대에 따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앞으론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과 비슷한 교육을 한다는 말이 퍼지면서 올해 만3세 반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유치원은 정원을 채우는 일이 생존을 좌우하는 과제가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중복지원 시 적발해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데도 일부 유치원이 말을 듣지 않는 이유다. 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중복지원을 제한하는 원아모집 개선안이 발표되자 “공립유치원만을 고려한 비합리적 처사”라고 비난했었다.
운영이 날로 어려워지자 사립유치원들은 공립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 공립유치원을 짓는 것보다 사립을 공립으로 돌리는 게 비용이 덜 든다는 논리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기획] 아이 맡길 곳 없다는데 사립유치원은 줄어들고…
입력 2014-12-09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