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노동조합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사가 불황을 틈타 인력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자 직원들이 노조를 통한 ‘권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IG투자증권은 지난 1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LIG투자증권지부 설립 총회를 열었다. 노조 설립에는 최근 KB금융지주와의 매각 협상이 결정적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직의 계약직 전환, 임금 삭감 등 고용조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LIG투자증권 노조는 올해 들어서만 4번째로 생겨난 증권사 노조다. 올 초에는 대신증권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회사 창립 53년 만의 첫 노조였다. 업계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의 짐을 직원들이 떠안으면서 쌓인 불만이 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리딩투자증권도 노조를 만들었다. 리딩투자증권 매각 협상 과정에서 매각 조건에 일부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도 지난 4월 지점 통폐합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노조가 설립됐다.
증권업계가 구조조정으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증권사 순이익은 되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8145억원으로 전 분기(2763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는데 이 중 1837억원은 인원과 지점을 감축한 데 따른 결과였다. 9월 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2년 4만3091명에서 지난해 4만1022명으로 줄었고, 올해 3만7026명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권사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노조활동도 더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비즈카페] 증권가 구조조정 바람에 노조 설립 붐
입력 2014-12-09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