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사역 단체 마커스는 열악한 기독 음악시장 속에서도 예배음악으로 선전하고 있다. 메이저 음원 사이트에서 기독교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기독 음원 부분에서 마커스의 많은 앨범곡들이 상당수 상위 랭크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침체된 기독교 음악산업에서 마커스가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음악 전문가들은 마커스의 매력으로 메시지를 담은 가사와 호소력 있는 가창력, 조화를 이루는 반주 등을 꼽았다. 즉 콘텐츠가 좋으면 얼마든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좋은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해야=더 이상 기독교 음악을 은혜로 들으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CCM도 음악적 퀄리티를 높여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 음반 기획자와 아티스트는 질 좋은 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CCM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세상음악이 할 수 없는 기독교 세계관을 메시지로 담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인혁(인피니티 뮤직) 제작총괄이사는 “영성과 전문성 부분에서 열심히 준비해야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찬양사역자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회개하고 돌이키게 하는 그런 ‘메시지’ 있는 찬양을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도 있는 기독교 음악을 위해선 교계 내 전문적 평론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정관(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은 “CCM 음악을 객관적으로 평론할 전문가들과 언론매체가 필요하다”며 “전문적인 평론은 기독교 음악문화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독교 음악사역은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기독교 음악을 통해 복음을 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다음세대 복음전파를 위해 미션스쿨에서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공연을 하는 사례도 있다. 민호기(대신대) 교수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과의 소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미션스쿨 채플 시간에 기독교 색채를 최소화한 건전가요, 팝을 노래해 청소년과의 담을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로 공짜의식 극복해야=음악저작물을 무단 복제해 악보집을 만드는 일,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예배 드리는 행위,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은 찬양곡을 마음대로 부르는 것…. 은혜라는 명분 아래 그동안 교회들에서 행해온 일종의 ‘공짜 문화’였다. 이제부터라도 기독음악 등 여러 문화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교회가 저작권료를 납부하는 건 CCM 부흥의 합리적인 전략 중 하나다. 기독교 저작권 라이선싱 인터내셔널 CCLI(대표 함승모)는 수많은 교회들이 음악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부담 없는 비용으로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합법적으로 해결하도록 설립된 단체다. 호주 벨기에 캐나다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27개국 24만여 교회가 가입돼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크리스천 아티스트가 꾸준히 늘어나고, 창작 및 출판과 보급 등 문화산업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 대표는 “싱가포르는 CCLI가 처음 들어갔을 때 찬양 작곡자가 두세 명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저작물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인프라가 형성됨으로써 실제 아티스트 수가 대폭 늘었다”고 했다. 그는 또 “저작권이 잘 정비되고 준수될 때 좋은 콘텐츠가 생성되고 전파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CCLI 지사가 설립된 지 2년이 지났지만 1%에 못 미치는 적은 수의 교회만이 참여하고 있다.
◇교회가 ‘음악사역 지원’에 앞장서야=기독교 음악산업을 튼튼하게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교회와 교계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회는 세상과 소통하는 성숙한 크리스천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박 원장은 “교회 찬양예배 때 CCM 사역자들을 무대로 초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벧엘교회(박태남 목사)는 CCM 사역자들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24시간 기독교 음악방송 ‘와우씨씨엠’이 방송할 수 있도록 교회 사무실을 내줬다. 또 청소년 문화선교단체 ‘노아’와 문화사역단체 ‘엘림공동체’에도 공간을 개방했다. 콘서트 시즌이면 예배당을 콘서트 장소로 사용하도록 했다. 장소뿐 아니라 교회악기를 대여해주고, 인터넷도 무료로 사용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교회가 음악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덕분에 와우씨씨엠 등 선교단체들은 활발하게 음악사역을 하고 있다. 박 목사는 “클래식의 거장 바하와 헨델 같은 사람들은 교회의 음악감독들이었고, 우리는 아직도 그 분들의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교회가 가능성 있는 찬양사역자들을 키우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관악구 행운동에 있는 해오름교회(최낙중 목사) 역시 찬양사역 단체 ‘마커스’에게 매주 목요예배를 위한 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해준다. 4000명 이상의 20·30대 젊은 기독청년들이 해오름교회에서 열리는 마커스 목요예배에 참석해 영적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찬양사역과 일을 병행하도록 지원해주는 사업구조형 모델도 있다. 기계를 제작하는 우공테크는 찬양사역자 김국현(E2찬양선교단) 목사와 그의 동생 김선오씨가 설립한 회사이다. 우공테크 직원들은 김 목사가 사역하는 찬양선교단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주말에는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러 다니고 주중에는 열심히 경제적 활동을 하며 영혼 살리는 찬양사역에 힘쓰고 있다.
전용대(아워드림선교회) 목사는 “교회가 기독교 음악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지 않으면 복음이 막힐 것”이라며 “교회는 연예인을 불러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보다 사명감 있는 음악 사역자들을 키우고 지원하는 게 미래를 향한 더 나은 부흥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침체 기독교 음악산업을 살리자] 기독교 음악도 콘텐츠가 좋으면 통한다
입력 2014-12-10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