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논란의 도화선이 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에 대한 정씨의 입장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8일 “문건의 진위, 비서관들과의 회합 부분과 관련된 조사를 주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정씨가 지난해 말부터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10명과 서울 강남 J식당에서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해 온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한 정씨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정씨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 내용 자체가 허위’라는 주장을 검찰 조사에서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 인터뷰에서 “비서관들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청와대와는 별도로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 3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고소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 수사 당시 비공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도 정씨는 ‘비선실세’ ‘만만회’ 등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했었다.
검찰 수사는 문건의 신빙성을 가늠할 잣대가 되는 강남 J식당에서의 회합은 없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중이다. J식당 관계자 조사와 예약자 명부, CCTV 압수수색 등에서 회합을 입증할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해 만났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통신자료 분석을 세밀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건의 진위와 무관하게 검찰에 고발·수사의뢰한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는 기초적인 확인 작업만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하고 있는 명예훼손과 문서유출 부분을 마무리한 다음에 (추가 고발된 부분은) 다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씨는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외에도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등 여러 가지 국정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향후 국정개입 의혹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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