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가계빚 억제” DTI 규정 살짝 손본다는데…

입력 2014-12-09 02:15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 당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지난 8월 규제를 완화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관련한 일부 조정을 통해 가계대출을 억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정부가 전방위적 확장정책을 표방한 마당에 미세조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가계부채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가 정부의 경제운용과 가계소비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단일대응책보다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내년 업무계획에 가계대출 억제와 관련한 대책을 담기로 하고 세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8월 부동산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DTI와 LTV 규제완화에 나선 이후 가계대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과 10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금융 당국은 DTI 부채 인정범위에 세금이나 과태료 등을 포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어서 부채 인정범위가 늘어나면 대출한도가 낮아진다. 당국은 다만 당초 규제완화의 취지를 감안해 LTV 70%, DTI 60%로 단일화한 큰 틀은 그대로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3조6000억원이던 신규 가계대출은 정부 대책발표 때인 지난 8월 5조1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 10월에는 6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면서 한국은행은 또다시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경우 가계부채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가계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잠정)은 137%로 집계됐다. 지난해(135%)보다 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128%, 2011년 131%, 2012년 133%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 비율은 가계가 1년간 쓸 수 있는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비율이 해마다 상승하는 것은 가계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려운 경기 탓에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하지만 가계부채가 걸림돌로 작용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당국이 미세조정에 만족하지 말고 개인회생절차나 파산절차를 보다 쉽게 하는 적극적 정책을 펼쳐 빚을 못 갚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세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계부채는 총량 관리보다 질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을 늘리는 복지 차원의 접근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