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서 길 찾는다… 정부, 시장공략 본격화하기로

입력 2014-12-09 02:22

일본 중국 유럽 등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들의 경제 사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중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 3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를 계기로 중남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중남미 15개 국가의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IDB 연차총회와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중남미 국가의 관료나 기업인들이 총회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IDB 연차총회는 48개 회원국이 중남미 지역의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매년 개최하는 중남미 관련 최대 행사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총회 때 자신도 중남미 경제장관들을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국내 생산 통관 시스템인 유니패스를 홍보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내년 총회에는 회원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금융·기업인 등 30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기재부 중심으로 IDB연차총회준비기획단을 꾸려 운영 중이다. 관세청,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 관계기관에서 직원을 파견받아 점차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정부는 또 중남미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내년에 처음으로 ‘한·중남미 지식공유포럼’을 열기로 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관련 연구기관과 협의 중이다. 우리나라의 성장 노하우를 신흥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남미와 공유하면서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중남미 국가인 브라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 위해 구애작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이토록 중남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많았던 국가들의 경제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일본도 확장적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을 달리던 중국 역시 2011년 이후 성장률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이에 반해 중남미 지역은 연 6%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미래 신흥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중산층의 1인당 평균 GDP는 9700달러(약 1080만원)로 다른 신흥시장 평균(5100달러)의 배 가까이 된다. 리튬은 세계 생산량의 44%가 이 지역에 묻혀 있고, 구리 철광석 아연 등 전략자원도 풍부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중남미 직접투자 규모는 IDB에 가입한 2005년 6억 달러에서 지난해 32억 달러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남미는 다른 국가들에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7월 15∼23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을 방문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등을 들러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에 합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남미는 중산층이 새롭게 급부상하면서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IDB 연차총회 등 다양한 계기를 마련해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