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8일 마침내 혁신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 대부분을 추인했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고 국회 회의에 불참할 경우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비리 의원의 바람막이 도구로 전락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포기는 의원들의 반발로 보류됐다.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원안에서 후퇴했다. ‘반쪽 혁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계류 72시간 경과 시 자동 가결 간주,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국회의원 겸직 금지 확대 및 국회 윤리특위 강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등 9개 혁신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반대가 심해 무산됐다. 혁신안이 인기 영합적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였으나 속내는 특권과 기득권 사수에 있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어제 의총에서도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의원들의 반발이 심했던 무노동 무임금의 경우 회의 불참 시 수당은 주지 않고 특별활동비는 존치시키는 ‘무회의 무세비’ 원칙으로 한 발짝 후퇴하고 나서야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의원들이 얼마나 특권 내려놓기를 꺼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당 지도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혁신안은 이번에도 빛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혁신안에는 이름에 걸맞은 획기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선관위 산하에 선거구획정위를 두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선거 때마다 게리맨더링 논란에 휩싸이는 선거구 획정을 독립기구에 맡기고, 그 결정을 국회가 수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선거혁명의 신호로 해석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관건은 실천이다. 혁신안 내용이 실현되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공직선거법, 국회법,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관련 조항을 모두 바꿀 때 수많은 국회의원 특권 가운데 비로소 몇 개가 없어지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혁신안을 확정하면서 시간표를 함께 제시하지 않았다. 혁신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언제까지 관련법을 제·개정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어야 마땅했다. 그것이 국정을 이끄는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다. 대국민 공약마저 손쉽게 뒤집는 정치권의 행태를 수없이 봐온 국민들로서는 ‘이번에도 공수표가 되지 않을까’ 의문을 품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의문을 말끔히 씻으려면 여당이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겨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이 혁신안만 실천에 옮긴다 해도 우리나라 정치, 국회 모습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협력이 요구된다. 야당도 큰 틀에선 이론이 없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 정당 및 선거·공천제도 개혁도 특권 내려놓기에 버금가는 시급한 과제이다. 여야가 정치·국회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사설] 획기적인 與 혁신안도 실천 없으면 그뿐
입력 2014-12-09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