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현아 부사장의 비인격적 ‘갑질’ 비난받아 마땅

입력 2014-12-09 02:30
기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고함을 지르며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0시50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 항공기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 서비스를 하면서 봉지째 건네자 이를 나무라며 사무장을 불러 따졌다. 사무장이 관련 서비스 규정을 찾기 위해 태블릿 컴퓨터를 작동하던 중 비밀번호를 잘 몰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자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사장은 사무장에게 내릴 것을 지시했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항공기는 결국 게이트로 다시 돌아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8일 오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조현아’가 1위로 오르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버럭 후진’ ‘과자 부사장’ 등 비꼬는 단어들이 잇따라 게시됐고 “처벌해야 된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는 조 부사장의 행동이 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키로 했고 새정치민주연합까지 나서 처벌을 촉구했다. 항공법에는 기장이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어 이번 일을 조 부사장의 월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승객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 부사장의 일탈을 보면서 아직도 이런 수준의 양식을 지닌 사회 지도층이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라면 상무’ 사건 때 사내 게시판에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며 분개했다. 무엇보다 순간의 감정 조절을 못해 수백명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기내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은 한마디로 승객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안하무인의 극치다. 항공사 경영진으로서 승객을 생각하는 자세는 찾을 수 없는 ‘갑질’일 뿐이다. ‘라면 상무’ ‘빵 회장’ ‘남양유업 욕설 파문’에 이은 이 같은 슈퍼 갑의 횡포를 언제까지 경험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