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세상에 우연이 있을까. 예수님은 참새 한 마리도 하늘 아버지가 허락하시지 않으면 떨어지는 일이 없다고 하셨다. 2003년 10월 시작된 베데스다 어머니회는 조지프의 기사를 계기로 결성됐다. 이 땅 어딘가에 장애 때문에 고통 받는 엄마의 눈물을 씻기시려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작은 자들의 모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베데스다 어머니회는 누구에게나 열린 모임이길 지향했다. 그래서 장애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모임을 하나님이 이끄셨기에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과 동행하며 자녀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삶으로 이끄는 모임으로 정착돼 갔다.
베데스다 어머니회 회원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성경공부를 하고 자폐 자녀를 위한 세미나 등을 여는 방식으로 모임을 계속했다. 회원들은 특히 양로원이나 노숙인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벌였다. 혹자는 왜 굳이 장애 아이 키우기도 힘든 엄마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이도 있었다. 사실 자폐아 가정의 다양한 사연과 아픔을 보면 누군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폐강박증을 앓는 아이도 있고, 우리 조지프처럼 경기를 동반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유독 잠을 안 자서 부모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 통합학교에 다닐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이런 가정의 엄마들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외로움까지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우리 베데스다 어머니회만큼은 우리의 약함과 고통에 대해 당당하게 풀어놓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임을 시작하고 나니 우리 모임은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이의 화장실 문제, 밥 먹는 문제, 학교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문제 등 우리는 만날 때마다 해결해야 할 아이의 여러 약함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그러면 엄마들은 이 얘기에 공감하고 또 다른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 얘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문제를 풀려고 했다. 세상 모임과는 정반대 현상이었다. 어떤 모임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선 주로 누가 더 자랑거리를 많이 가졌는가가 화제다. 누가 더 좋은 대학에 자식을 보내고, 누구의 남편 지위가 더 높은지, 누가 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지에 대한 화제가 많다. 서로 경쟁하듯 그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은 제일 좋은 대학에 자식을 보낸 엄마나 제일 많은 연봉의 남편을 둔 아내가 그 모임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면 얘기에 동참했던 다른 모든 사람들의 가슴엔 보이지 않는 상처만 남는다. 그러나 베데스다 어머니회에선 이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누가 힘든 얘기를 하면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것보다 더 심해요”라고 말하면 그 엄마가 그날 우리 모임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그 얘기에 동참했던 다른 엄마들은 가장 힘든 고통을 겪는 그 주인공으로 인해 자신의 짐을 내려놓게 되고, 또 그 주인공을 위해 모두가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성경에서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린도후서 11장 30절)고 한 대로 우리는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또한 약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며 기도했다.
나는 우리가 특별히 약한 자리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원과 도움도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아픈 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약한 우리가 아픈 이웃에게 다가가 그들은 눈물을 닦아줄 때 그들의 눈물도, 또 우리들의 눈물도 씻겨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정성자 (12) 우리보다 더 아픈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자!
입력 2014-12-09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