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박 대통령“지만 부부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

입력 2014-12-08 03:53 수정 2014-12-08 11:34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갖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와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저에게 겁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비장한 어조로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며 "이러한 제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선 단호하게 "실세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은 "실세가 있다면 청와대 진돗개"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일종의 금기였던 정씨 실명을 거침없이 끄집어내기도 했다.

12년 만에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통과시킨 여당 의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파문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예산안 통과는 일종의 명분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 "나라 잘되는 것 말고 삶의 목적 없다"=박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오로지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살고, 나라가 큰 방향으로 잘 가고, 그래서 나중에 물러나서 걱정할 필요가 없이 살겠다는 그 꿈 하나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며 "오로지 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저는 그 목적 외에 개인적인 삶의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생이 어떻게 됐는지 나라 걱정만 하면서 살았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365일 마음속에 바라고 노력하는 게 뭐가 있겠는가"라며 "여러분도 그런 저의 진심을 믿고 흔들리지 말고 한마음이 되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제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는데, 영원히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며 "선택을 받아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하고 그래서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 "실세는 없다.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박 대통령은 식사 도중 헤드테이블에서 실세 논란 의혹에 대해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최근 제기된 의혹들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정씨에 대해선 '오래전에 곁을 떠난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박 회장에 대해 "가족들은 섭섭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청와대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말들이 많은데, 들어와서 같이 생활하면 얼마나 말들이 많겠느냐"면서 "가족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고 단호하게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만 부부는 여태까지 청와대에 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아마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안 올 것"이라며 "국정 전횡 그런 일은 없으니 새누리당에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는 취지의 농담도 김 대표 등 헤드테이블에 동석한 여당 인사들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 청와대 홍보라인 질타=박 대통령은 오찬을 갖기에 앞선 이날 오전 11시30분 청와대 백악실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와 별도 회동을 가졌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도 배석했다. 박 대통령은 사전 회동에서 민감한 정국 현안을 논의하지 않고 예산안 통과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청와대 충무실에서 진행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지도부와 예결위원 등 모두 61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이후 참석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식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관련 논란에 대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대응 부족을 질타했다. 김 대표는 "(문체부 국·과장 인사조치는) 지난해 태권도협회 비리에서 시작됐는데 지금 승마협회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왜 언론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방치했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인물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박 대통령을 '각하'라고 지칭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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