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선 단호하게 "실세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은 "실세가 있다면 청와대 진돗개"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일종의 금기였던 정씨 실명을 거침없이 끄집어내기도 했다.
12년 만에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통과시킨 여당 의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파문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예산안 통과는 일종의 명분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 "나라 잘되는 것 말고 삶의 목적 없다"=박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오로지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살고, 나라가 큰 방향으로 잘 가고, 그래서 나중에 물러나서 걱정할 필요가 없이 살겠다는 그 꿈 하나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며 "오로지 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저는 그 목적 외에 개인적인 삶의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생이 어떻게 됐는지 나라 걱정만 하면서 살았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365일 마음속에 바라고 노력하는 게 뭐가 있겠는가"라며 "여러분도 그런 저의 진심을 믿고 흔들리지 말고 한마음이 되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제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는데, 영원히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며 "선택을 받아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하고 그래서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 "실세는 없다.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박 대통령은 식사 도중 헤드테이블에서 실세 논란 의혹에 대해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최근 제기된 의혹들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정씨에 대해선 '오래전에 곁을 떠난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박 회장에 대해 "가족들은 섭섭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청와대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말들이 많은데, 들어와서 같이 생활하면 얼마나 말들이 많겠느냐"면서 "가족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고 단호하게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만 부부는 여태까지 청와대에 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아마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안 올 것"이라며 "국정 전횡 그런 일은 없으니 새누리당에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는 취지의 농담도 김 대표 등 헤드테이블에 동석한 여당 인사들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 청와대 홍보라인 질타=박 대통령은 오찬을 갖기에 앞선 이날 오전 11시30분 청와대 백악실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와 별도 회동을 가졌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도 배석했다. 박 대통령은 사전 회동에서 민감한 정국 현안을 논의하지 않고 예산안 통과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청와대 충무실에서 진행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지도부와 예결위원 등 모두 61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을 마친 이후 참석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식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관련 논란에 대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대응 부족을 질타했다. 김 대표는 "(문체부 국·과장 인사조치는) 지난해 태권도협회 비리에서 시작됐는데 지금 승마협회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왜 언론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방치했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인물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박 대통령을 '각하'라고 지칭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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