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5부] (6·끝) 전문가 좌담

입력 2014-12-10 02:47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지난 5일 열린 좌담회에서 박상진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왼쪽)와 손의성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박상진·손의성 교수가 말하는 한국교회 대처 방안

‘저출산·고령화’는 한국교회도 피해갈 수 없는 파도다. 교회학교의 어린이들이 내뿜던 활기는 갈수록 잦아들 것이며 성도들은 나날이 늙어갈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기독교교육과 노인복지, 선교의 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갖고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처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장신대(기독교교육) 교수와 한국노인복지실천연구회 이사 손의성 배재대(복지신학) 교수는 좌담회에서 “교회는 저출산·고령화를 위기로만 보지 말고, 성장주의의 거품을 걷어내고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해 한국교회가 얼마나 인지·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박상진 교수=냉정하게 말하면 말로만 위기라고 할 뿐 실제로는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대책을 마련하거나 목회 사역에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양적 성장주의에 빠져 교회의 규모를 키우는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 ‘어, 이게 뭐지’ 하는 순간에 파도에 휩쓸려 패망할 수 있다.

△손의성 교수=문제는 속도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대응계획’을 세웠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회는 대응책조차 없다. 기껏해야 노인들을 ‘모신다’는 개념의 사역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목회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박=한국교회의 상당수가 아직도 1970∼80년대 고성장주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출산율이 높았던 그 당시에는 교회를 짓기만 하면 사람이 모였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양적 성장에 대한 환상을 갖고, 그 패러다임을 유지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향후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다음세대’와 ‘노인세대’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손=노년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병약하고 고독하며 할 일이 없다’이다. 노인을 취약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편견을 버리고, 노년세대가 주체적으로 교회 사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교육 수준이 높다. 한국교회는 노년세대의 역량 강화에 사역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오히려 한국교회에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박=교회가 그동안 양적 성장에 취해 미처 돌보지 못했던 학생 개개인에 주목하고, 내실 있는 신앙교육을 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교회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앙은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 관계를 맺을 때 형성된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과 수시로 대화하고 교제하며 때론 토의하고, 훈련을 받으며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났다. 복음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할 때 비로소 얻는 것이다.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교육구조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손=교회는 조직화돼 있으며 일을 진행할 동력도 갖고 있다. 교인들을 교육하고 시스템을 마련하면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교회가 해결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교회와 기독교학교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박=초등학생의 인구가 2005년 402만명에서 2014년 270만명으로 줄었다. 2050년엔 0∼14세 학령인구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고 한다. 교회는 출산율을 올리는데 기여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보면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 여성의 경력단절 및 양육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다. 교회가 탁아 및 공동육아 등을 하는 시설을 설립해 양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 사교육비 경감운동에 나서야 한다. 교회 내에 팽배해 있는 자녀교육에 대한 세속적 가치관을 바꾸는 게 급선무다. 가정과 교회가 분리돼 신앙의 계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학생들이 복음을 경험하려면 교회를 떠나 주중에도 수시로 기독교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교회와 가정이 연계돼야 가능하다. 교회는 부모를 자녀들의 신앙교육 책임자로 세워 ‘교회 같은 가정, 가정 같은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독교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인성·영성교육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고령화는 이미 현실이다. 교회가 추구해야 할 구체적인 노년목회의 방안은.

△손=먼저 경로대학, 노인대학이라 불리는 노인교육 프로그램부터 갖춰야 한다. 이는 교회가 가장 하기 쉬운 것이다. 공간과 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아직 평생교육 개념이 뿌리 내리지 않았다. 교회는 노인을 돌보는 데서 끝내지 말고, 노인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노인 인력을 양성해 또 다른 노인을 돌보게 하는 ‘노-노 케어’ 시스템이 그 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도 돌봐야 한다. 교회의 구역과 속회, 셀 등 조직을 복지사각지대를 돌보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목회자와 노인전문가, 평신도를 포함해 6∼15명 규모로 사역위원회를 구성하고, 교회와 지역 노인들의 관심사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재능 등 정보를 수집해 그 정보를 기반으로 ‘교육’ ‘자원봉사’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노년기의 중요 발달과업 중 하나인 ‘죽음’에 대한 대응책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의 죽음은 애정을 기반으로 지속된 유대관계가 깨지는 것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교회는 노년기의 사별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적절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전담 사역팀을 구성해 죽음을 앞둔 노인이 임종할 때까지 배우자를 도와 함께 수발하고, 죽음 이후에는 배우자가 사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 3∼6개월 정도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행해야 한다.

-노년세대와 다음세대 상호 교류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박=당연하다. 노인들은 지혜와 경험, 전문성이 있고 시간도 있다. 노년세대와 다음세대의 만남이 필요하다. 노년세대가 멘토의 역할을 감당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디모데가 그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의 교육을 받아 신앙의 대를 이은 것처럼 신앙은 세대 간 교육을 통해 내리 형성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교회는 전 세대가 참여하는 통합예배, 세대 간 협력교육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손=미국의 경우 은퇴 전문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다. 또 양조부모 제도가 있어 노인들이 어린이들을 보육하도록 한다. 이처럼 노인들을 어린이 돌봄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노년 성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연합해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은 한국교회 공동의 과제다. 전체 기독교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다. 현재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한국교회 차원의 기초연구조차 없다는 것이다. 기껏 교단별로 교세통계를 내고 있지만 허수일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실태와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는 개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래 전망을 담당하는 초교파 기구를 발족하고, 사회과학 전문가들을 동원해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교회 성도의 감소와 교회의 고령화 정도를 상시 체크해야 한다. 지금이 어쩌면 골든타임이다. 더 이상 늦추면 안 된다.

△손=데이터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현재 교회의 노인 대상 사역은 너무 개교회 중심이다. 예를 들어 교회 노인대학의 경우 지역별 협력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은퇴 목회자의 활용도 필요하다. 그분들이 교파를 넘어 전국 조직망을 갖고 상담과 호스피스 사역, 복지사각지대 돌봄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신학교육도 필요하지 않을까.

△박=저출산·고령화와 같이 한국교회가 직면한 이슈를 다루는 과목이 필요하다. 교회가 사회문제와 유리돼 있다면 결코 누구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손=현대사회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현상과 문화가 발생한다. 목회자들이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고령화도 그중 하나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