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과학교육·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영국왕립연구소 게일 카듀(47·여) 박사와 영국문화원 팀 슬링스비(37) 박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짧은 수업시간 안에 정해진 답을 도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지금 과학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학에 대한 관심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돼야 하며 이를 위해 과학자는 소통 대상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과학창의 국제콘퍼런스’가 열린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 글로벌컨벤션플라자에서 두 전문가를 만났다. 카듀 박사와 슬링스비 박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주한영국문화원이 후원한 이 행사에서 ‘과학문화’와 ‘과학소통’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방한했다.
카듀 박사는 “과학소통이란 과학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아이들과 실험을 하면서 ‘과학을 해보자’가 아니라 ‘재밌는 거 해볼까’라고 얘기하는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슬링스비 박사는 “사람들이 마돈나의 음악을 감상하면서 ‘이것은 팝 음악’이라고 굳이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가방에 바퀴를 달아 만든 캐리어나 여러 기술을 조합해 만든 스마트폰은 과학적 연구의 결과지만 그것을 ‘과학’이라고 부르면 사람들은 어렵게 느낀다”고 부연했다.
사람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시간에 쫓기는 교육과정’ 때문이라고 두 사람은 분석했다. 카듀 박사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뭘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실험 결과를 도출한 뒤 의미를 찾는 과정이 한 시간 안에 이뤄진다”면서 “그런 환경에선 창의적인 사고가 어렵기 때문에 영국은 학교 밖의 프로그램을 통해 보충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과학 연구와 대중화를 위해 1800년 설립된 영국왕립연구소는 매년 연말 열리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으로 유명하다. 1825년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가난한 아이들에게 과학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이 행사는 매년 그해의 과학 이슈를 주제로 진행되며 TV로도 방영된다. 연구소 지하 공간을 일반 학생들에게 개방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로레알 영 사이언티스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과학탐구놀이 영상을 올려 대중이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익스페리멘틀’도 대표적인 과학대중화 전략 프로그램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국제 과학소통 경연대회 ‘페임랩(FameLab)’도 연다. 각국 대표들이 과학, 수학, 공학 분야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겨룬다.
카듀 박사는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는 힉스 입자 발견(기초과학), 로제타 프로젝트(우주과학), 리처드 3세의 유골 발견(유전자과학) 등 다양한 종류의 과학 이슈가 주목받았다”면서 “정부·기업·학계·언론이 이슈들을 꾸준히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슬링스비 박사는 “과학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생기는데, 전문가들은 그것을 ‘과학 자본(사이언스캐피털)’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영국왕립연구소 과학·교육 분야 총괄 책임자인 카듀 박사는 영국 서식스대학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 과학자들이 과학과 사회의 소통을 위해 만든 기구인 유로사이언스 오픈 포럼(ESOF) 운영이사회 위원도 맡고 있다. 영국 레스터대학에서 분자 유전학을 연구한 슬링스비 박사는 페임랩 고문을 맡고 있으며 2012년부터 영국문화원에서 과학대중화사업을 이끌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영국왕립硏 카듀 박사·영국문화원 슬링스비 박사 인터뷰
입력 2014-12-08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