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엔저 파장] 실질·실효환율 42년만에 최저

입력 2014-12-08 03:15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무역 상대국 통화에 대한 엔화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이 4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것으로,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0년을 100으로 환산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지난 11월 중순 70.88을 기록해 1973년 1월(68.88) 이후 가장 낮았다고 7일 보도했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환율에 무역 상대국 교역 비중,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지표로 통화의 실질적인 대외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대외무역 경쟁력을 나타내주는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통화 가치 약세) 수출에 유리하다.

최근 엔화 시세는 10월 말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조치 이후 폭락을 거듭해 지난 5일에는 뉴욕 시장에서 7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121.69엔을 기록했다. 명목환율은 2007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지만 실질·실효환율이 40년 새 최저치인 건 무역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환율에 변화가 없어도 주변국 통화 가치가 오르내리면 함께 변동한다.

보통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 상승을 의미하지만 이번에는 일본 기업들에 눈에 띄는 수출 증가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 수와 지출이 급증하는 등 관광산업은 큰 호재를 맞았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해외여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수입 기업에는 직격탄이 된다. 같은 물건을 수입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값을 치러야 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는 “현 실질·실효환율은 수입 기업들에는 역사상 최악의 영업환경”이라며 “특히 원자재 수입 업체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실질·실효환율이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지만 ‘저점’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기대할 수 없어 양국 간 금융 정책 차이가 엔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8개월째 지속되는 무역적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