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은 2010년 1월 광고대행사 3곳과 계약을 맺었다. 의사 상대 설문조사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자사 제품 광고를 대행토록 했다. 3년간의 광고 대행 대가로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이 계약은 실제론 불법 리베이트 지급 내역을 숨기는 치밀한 작전의 일부였다.
동화약품 영업본부는 리베이트를 건넬 의사 명단과 제품별 리베이트 금액을 대행사에 건넸다. 대행사는 영업사원들을 명단에 적힌 의사들에게 보내 형식적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에 응한 대가라며 의사들 계좌로 한 번에 많게는 1100만원까지 모두 40억여원을 보냈다. 리베이트를 세탁하기 위해 광고대행사를 끼고 설문조사라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정모(43)씨 등 의사 29명에게 총 2350만원 상당의 루이비통 등 명품 지갑을 뿌리기도 했다. 동화약품에서 만든 복제의약품을 월 100만원 이상 처방하는 병·의원 의사들에게 개당 평균 81만원의 명품 지갑이 주어졌다. 2011년 말 다른 제약사의 알레르기용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자 복제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살포한 것이었다. ‘집’도 빌려줬다. 경기도 평택의 의사 이모(54)씨는 2012년 2월부터 10월까지 동화약품에서 원룸을 제공받았다. 총 400만원의 월세는 동화약품이 대신 냈다.
온갖 수법을 동원해 동화약품이 전국 923개 병·의원에 안긴 리베이트는 50억7000만원에 이른다. 2008년 12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다. 판촉 대상은 의사 처방이 필요하고 대중매체 광고가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이었다.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연평균 매출액이 800억∼9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의 5%를 ‘뒷돈’으로 쓴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 약값에 전가됐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성희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동화약품과 이 회사 영업본부장 이모(49)씨, 광고대행사 대표 서모(50)씨와 김모(51)씨 등 3명을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300만∼3000만원씩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55명을 기소하고 출국한 의사 3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에 동화약품과 적발된 병·의원을 대상으로 판매업무정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1897년 설립된 동화약품은 까스활명수 후시딘 등을 생산하는 국내 최장수 제약기업이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꼬리를 잡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까스활명수’ 동화약품, 사상 최대 리베이트
입력 2014-12-0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