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문건 정국’ 정면 돌파 강력한 의지 거듭 밝혀

입력 2014-12-08 11:28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갖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와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쐐기를 박았다. 정씨 관련 파문이 현 정부 최대 위기설로까지 불거진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전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자리에서 여러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한 지 6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맨 먼저 의혹들을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들” “소모적인 의혹 제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정씨와 자신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실명까지 거론하며 권력암투설 등을 거듭 일축했다.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과 여기에서 파생된 정씨 국정개입 의혹, 야당의 공세까지 합쳐진 현 정국을 그대로 돌파하겠다는 ‘마이웨이’ 천명으로 여겨진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서 유출을 “국기문란행위”로, 문건 내용은 “근거 없는 일”로 규정했던 자신의 인식을 확고하게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특히 여당에도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야당이 이번 사태를 ‘현 정부 최대의 국정농단’으로 삼아 정부를 겨냥해 총공세를 펴는 것을 막아 달라는 취지다. 박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게 직접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중심을 잘 잡아 달라”고 한 것은 이런 고민을 보여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한 데 이은 것이다. 또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말라”며 언론과 전 정부 고위 인사, 전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과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박 대통령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선 변함없는 신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직접 ‘소모적 의혹 제기’라고 규정한 만큼 3인방에 대해선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번 오찬 언급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다시 한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일 “근거 없는 일” 언급에 이은 “찌라시” 표현은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를 수사 중인 검찰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미 단호하게 결론내린 사안을 검찰이 뒤집는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