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고 마른 남학생 “폐 기흉 조심”

입력 2014-12-09 02:49
H+양지병원 흉부외과 김정태 과장(오른쪽)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을 할 때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10대 남학생에게 기흉이 생기는 원리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뷣양지병원 제공

고3 수험생 현모(19·경기도 오산시)군은 2015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을 본 뒤 갑자기 가슴 부위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숨쉬기가 불편하고 기침을 할 때는 흉통이 더 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검사결과 그에겐 뜻밖에도 ‘폐 기흉’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현군은 “가슴이 울려서 기침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극심한 흉통이 뒤따른다고 했지만 가슴이 아프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어서 감기 후유증 정도로만 여기다 수술이 필요한 병이란 의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현군처럼 갑자기 극심한 흉통을 느껴 병원을 찾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원인은 ‘허파에 바람이 든 상태’, 즉 폐기흉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현군과 같이 환자 10명 중 약 3.4명이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급격하게 키가 자란 10대 청소년들이란 사실이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젊은 남자한테 흔해=폐기흉은 발병 초기에 조기발견을 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그 시기를 놓쳐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자칫 흉막염(늑막염)이나 농흉(고름 가슴)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H+양지병원 흉부외과 김정태 과장은 “드물지만 폐에서 새 나간 공기가 흉강 안에 쌓여 심장을 압박하면 이른바 긴장성 폐기흉으로 발전,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질환”이라며 “몇 해 전 대학생이 비행기 여행 중 기내에서 가슴통증을 느끼고도 귀가 후 며칠 동안 병원을 찾지 않고 참고 지내다 끝내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기흉은 한마디로 폐를 둘러싼 흉막에서 발생한 기포(공기주머니)가 터지고 그 틈으로 흉강 안쪽으로 새 들어간 공기 압력으로 폐의 일부분이 쭈그러드는 질환이다. 기흉으로 인해 새 나간 공기는 폐를 둘러싼 흉강 안에서 계속 움직이며 어깨와 가슴, 명치 등을 짓누르는 압박통증을 일으켜 고통을 가중시킨다. 유출된 공기의 압력으로 폐가 작아지기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기침 발작도 일어난다.

기흉은 주로 키가 크고 마른 10∼20대 젊은 남자한테서 많이 발생한다. 보통 여성보다 남성 발생률이 6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빠른 외형적 성장과 함께 폐도 길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얇아진 흉막이 외부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게 됐을 때 기흉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높은 고도를 장시간 날아가는 비행기 여행 시,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는 행위, 격렬한 운동 후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행위 등도 복압 상승과 함께 흉부압력을 높여 기흉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내시경 시술로 기포를 제거하면 말끔해져=기흉을 유발하는 기포가 생겼는지 여부는 폐-CT를 찍어야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간편하고 방사선 노출이 적은 X-선 검사로도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해 감별진단 시 부담을 덜 수 있다. 흉강에 찬 공기의 양이 적을 때는 산소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쉽게 호전된다. 그러나 공기 양이 많으면 새끼손가락 굵기의 튜브를 갈비뼈 사이로 끼워 넣어 공기가 빠지게 하는 시술이 필요하다.

터질 위험이 있는 기포는 수술로 제거한다. 시술은 흉강내시경(흉강경)으로 하기 때문에 수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4∼5일간 입원 후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김 과장은 “여행, 연수, 출장 등으로 10∼20대의 비행기 이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며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앞두고 가슴이 갑갑하고 숨쉬기도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반드시 출발 전에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아 기흉 여부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