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 하청 근로자도 유통사 정규직 직접 고용해야”

입력 2014-12-08 02:06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일한 하도급 업체 근로자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제조업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인정에 이어 유통업체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고용 의무도 인정한 것이다. 유통업계에 만연한 ‘불법 파견’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권모(51)씨는 1988년 ㈜신세계에 입사해 이마트 슈퍼 사업을 담당하는 이마트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신세계는 2010년 5월 이마트 사업부를 분할해 ㈜이마트를 설립했다. 권씨는 이 무렵 희망퇴직을 신청해 퇴사했다. 이후 ㈜이마트의 하도급 업체에 소속돼 이마트 슈퍼 점장으로 근무했다. ㈜이마트는 2012년 2월 이마트 슈퍼 19개를 에브리데이리테일에 넘겼다.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지난해 4월 해당 도급점포들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이어 권씨 등을 포함한 도급점포 점장 13명을 직접 고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하도급 업체도 권씨 등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권씨 등은 자신들이 실제 노동력을 제공한 에브리데이리테일 측이 직접고용에 나서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권씨 등 3명이 “해고를 무효로 해 달라”며 에브리데이리테일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에브리데이리테일로부터 직접 근태관리와 업무지시를 받았다”며 파견근로 관계를 인정했다. 겉보기에는 사내하도급 형태로 근무했으나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현행 파견법에 따라 권씨 등은 하도급 업체 입사 후 2년이 지났으므로 본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권씨 등이 받지 못한 임금 상당의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통업계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2년 뒤 직접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위장 도급형태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이마트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2000여명을 불법 파견으로 적발하고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