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모집(19일)을 앞두고 입시업체들이 여는 설명회마다 인산인해다. 설명회장에는 ‘물수능’ 충격에 휩싸인 수험생·학부모들이 자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입시업계는 유례를 찾기 힘든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왜 이렇게 입시업체 설명회에 몰리는 걸까. 입시업체는 ‘혼란’을 먹고 산다. 그 혼란은 교육 당국이 자초했다. 업체들은 설명회장에서 ‘합격예측 서비스’ ‘컨설팅 서비스’ 등으로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일부에선 수백만원대 고액 컨설팅도 횡행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선택 영어 도입으로 혼란스러웠는데 올해는 더 심하다. 우리 설명회를 찾은 인원이 지난해보다 30%는 늘었다”고 했다.
혼란은 ‘무능’에서 출발한다. 대입 제도를 ‘난수표’로 만들어놓고는 수능 난이도 조절에 매년 실패하는 교육 당국 탓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 당국의 무능은 수능이 치러진 날 입시업체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분석해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요 업체 8곳이 수능 종료 후 내놓은 난이도 분석 자료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채점 결과를 7일 비교했다(표 참조).
◇입시업체들 1시간도 안 걸려 난이도 분석 끝=입시업체들은 ‘시험 종료→난이도 분석→자료 생산·배포’ 과정이 1시간도 채 안 걸렸다. 1교시 국어는 B업체 분석 자료가 오전 11시50분 배포됐다. 국어 문제지와 답안지가 일반에 공개된 시점은 오전 11시였다. B사는 국어B형이 지나치게 어려웠으며 만점자가 0.1%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평가원 채점 결과 국어B형 만점자는 0.09%로 대단히 어려웠다. 교육부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교사들이 ‘지난해 수준’, 평가원이 ‘적절 난이도’라고 분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2교시 수학도 마찬가지였다. F사 분석 결과는 오후 2시46분에 나왔다. 시험 종료(오후 2시10분) 36분 만이다. F사는 수학B형이 한 문제만 실수해도 치명적일 정도로 쉬웠다고 분석했다. 실제 채점 결과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됐다. 그런데도 교육부 측은 ‘지난해 수준’, 평가원은 ‘적정 수준’이라고 했었다.
3교시 영어가 종료(오후 5시4분)되자 업체들은 국어·수학·영어 총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수학B형 난이도 조절에 문제가 있으며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특히 이과 상위권은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했다. 사실상 실시간으로 정확한 난이도 분석이 이뤄진 것이다.
◇업체에선 ‘등급컷’조차 바로 나오는데=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준다. 올해 수험생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나오기 어려운 수치다. 입시업체들은 수능일 오후 6시 무렵부터 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 등급컷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후 9시 기준으로 가장 정확한 수치를 제시한 업체는 A사였다. 국어A·국어B·수학A·수학B·영어 등급컷을 보면 실제 등급컷과 오차가 거의 없었다. 국어A형의 경우 실제 등급컷은 1등급 129점, 2등급 124점, 3등급 118점이었다. A사의 당일 예측은 각각 129점, 125점, 118점이었다.
교육 당국은 난이도 조절 등을 위해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고사를 치른다. 시·도교육청별 모의고사 자료도 있다. 이처럼 방대한 정보를 독점하고도 분석력서 입시업체에 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한 차례라도 제대로 시뮬레이션을 했다면 올해 같은 난이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난이도 조절은 수험생 수준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평가원이 그걸 제대로 못했다”고 꼬집었다.
◇혼란에 힘입어 돈 버는 업체들=대형 입시업체들의 설명회 입장료는 무료다. 그러나 설명회장에서는 합격예측 서비스와 입시컨설팅 상품 등이 판매된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온라인 합격예측 서비스의 경우 가격이 5만원 내외다. 오프라인 컨설팅을 받으면 50만∼60만원 정도 든다. 일부 고액 컨설턴트들은 회당 수백만원을 받기도 한다.
입시업체에 따르면 설명회 당일에만 이런 서비스를 신청하는 학생이 전체 입장객의 10% 정도 된다. 설명회장의 입시컨설팅 부스는 언제나 장사진을 이룬다. 예약서비스까지 있다. B사의 경우 올해 물수능 여파로 설명회 문의전화가 지난해보다 5∼6배 증가했다. 정시 설명회에 회당 5000∼6000명이 운집했고 온라인 생중계도 5000여명이 시청했다. 입시업체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인터넷 강의, 오프라인 학원, 교재 수입 등으로 연결시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슈분석] 물수능에 ‘난수표’ 된 대입… 입시업체만 배불려
입력 2014-12-08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