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모유 수유 왜 막나… 英 엄마들 항의시위

입력 2014-12-08 02:40
한 여성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모유 수유를 하던 중 종업원에게 제지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서 때 아닌 ‘모유 수유’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어머니 루이스 번스(35)씨는 지난 2일 가족 행사 참석차 12주된 딸을 데리고 런던의 한 고급 호텔 레스토랑을 찾았다. 식사시간이 되자 배고픈 아기를 위해 상의 오른쪽을 약간 위로 올리고 딸에게 젖을 물렸다. 직후 한 종업원이 황급히 다가와 그녀의 상반신을 냅킨으로 가렸다.

호텔 측의 태도에 불쾌해진 번스는 냅킨에 가려진 자신과 딸의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을 본 여성 네티즌들이 인권 침해라며 호텔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2010년 발효된 영국의 평등법은 공공장소에서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을 내쫓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한 극우 정치인이 기름을 끼얹었다. 영국 독립당 당수 나이젤 파라지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상식적으로 모유 수유 장면을 보면 매우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엄마들이 ‘당당하게’ 젖을 물리는 건 삼가야 하며, 정 모유 수유를 하고 싶으면 구석에 가서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파라지의 발언에 ‘뿔’이 난 엄마들은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6일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갓난아이를 키우는 엄마 40여명이 사건 현장인 호텔을 찾아 시위를 벌였다. 호텔 정문을 배경으로 모유 수유를 하는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11개월 된 딸을 데리고 나온 엠마 불록(25)은 “호텔 측은 즉시 번스에게 사과하고 모유 수유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