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색 ‘정부 반성론’ 작용… 반전 카드 절박감

입력 2014-12-08 02:53 수정 2014-12-08 13:47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19일 북한군 제567부대 산하 18호 수산사업소를 방문해 예술 소조원들의 공연을 보다 눈물을 닦는 장면이 담긴 기록영화가 6일 조선중앙TV에 방영됐다. 한 소조원이 “‘물고기 대풍’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자, 김 제1비서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냈다고 기록영화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히 ‘빅딜 카드’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문제의 포괄적 협상을 검토한 배경에는 남북관계 경색국면의 반전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원칙을 강조하는 대북정책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한편으론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깔려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5·24조치 해제 당위성 축적=정부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말고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더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3년째가 되는 내년에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별 성과 없이 현 정부 대북정책의 막이 내려진다는 절박감이 정부 일각에 존재한다.



특히 정부가 ‘5·24조치의 예외’로 규정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내년 본계약 성사로 본격 추진되면 제재 해제 압박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경협 전체가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러 물류사업 관련 회사들에만 제재 예외 수혜가 내려지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포괄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안함 피격사건, 금강산 피격사건 등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 남북관계 개선이 없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남북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들 의제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 방식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거부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인도적 지원을) 가급적 승인해 왔다”고 했다. 정부는 제주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북 감귤 지원에 대해서도 신청이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남북관계 경색, 이유가 뭐든 정부가 반성해야”=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제주도 간담회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 2년 동안 남북관계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은 없었는지 냉철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성할 건 반성해서 원칙에 유연성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정책의 방향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의 문제를 타파하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초기 리더십 다지기 차원에서 나온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남북관계 경색의 ‘진짜 요인’으로 규정하긴 했지만, “상대방에게 우리가 하려 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을 전가하고 싶지 않다”고 ‘통 큰’ 해결책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개성공단 재정상화 이후에 이에 힘입어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북 원칙론을 내세우는 정부 방침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낮지 않지만, 오랜 기간 경색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은 국민 생활이나 안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귀포=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