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장관은 2006년 문화관광부 차관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인 그해 8월 갑자기 경질된 뒤 “문화부 산하 기관들에 낙하산 인사를 하라는 청와대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잘린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낳았다. 그는 경질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에서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에 자격 미달의 인사를 요청했다”며 당시 청와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지명했다.
유 전 장관이 청와대의 추천 인사를 거부하자 양 전 비서관이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지요? 예, 배 째 드리죠”라고 협박했다는 보도가 더해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 문제로 당시 정국이 들끓었지만 유 전 장관은 소신과 철학에 따라 부당한 인사 청탁을 거부한 공무원의 표상이라는 이미지가 붙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 제의를 받았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함께 지난해 3월 문체부 장관으로 등용됐다. 공무원으로서의 소신과 철학을 지닌 게 좋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내에서도 자체 관료 출신 첫 장관이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체부 산하 기관장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말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박 대통령이 “문제가 있는 기관장은 인사조치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코드’가 맞지 않았던 셈이다. 유 장관은 임기 내내 청와대와 ‘불통의 난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국장·과장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조치 얘기가 나오자 마지못해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 후임 장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의 면직 통보를 받고 쫓겨나듯 물러난 것도 이번 폭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후임 김종덕 장관이 체육국장·과장을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얘기한 것도 유 전 장관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 전 장관의 ‘소신’이 현직에 있을 때 발휘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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