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 논란과 관련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의 언급 내용은 적절치 않다. 우선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주가나 환율도 정상이고, 어려우나마 경제도 돌아가고 있고, 서민들은 열심히 살고 있다. 흔들리는 것은 대통령의 최측근들, 대통령 자신이 임명했던 장차관 및 청와대 비서관 등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 대통령 가족 등이 편을 나눠 싸움질하는듯 비춰지는 대통령 주변과 청와대의 상황이다.
‘부끄럽다’는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는 간다. ‘찌라시’라고 표현할 만큼 사실무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부끄럽기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문건내용이 풍기는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인사 개입설은 여당을 중심으로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역대 정권에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적이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자들이 밖에 나가 이렇게 청와대를 비판한 적도 없었다. 그것도 대통령 임기가 3년 이상이나 남은 시점이다. 이 같은 황당한 사태는 비선 인사, 비밀주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스타일과 청와대 시스템에 있는데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부끄럽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봤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찌라시 내용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는 수사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검찰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얘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며칠 만에 또다시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역시 적절치 않은 언급이다.
대통령은 또 “소모적인 의혹 제기와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당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새누리당이 적극 방어해주지 못함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을 만나보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가 대통령의 비밀주의나 비선 인사 등 청와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면 이 역시 청와대 시스템이 잘 안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비선의 발호(跋扈)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래서 여당 도움을 받으려는 대통령의 생각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이미 국기문란이라고 지적한 ‘문건 유출’과 측근과, 비선의 상당히 부적절한 인사 개입 의혹으로 구성된다. 검찰 수사와 대통령의 대응이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정말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상태로 번질 수 있다. 민심은 싸늘해지고, 여당은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통령을 멀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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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찌라시’라고 일축하는 대통령 발언 적절치 않다
입력 2014-12-08 02:35 수정 2014-12-08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