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산타 기다리는 동심 멍들게 하는 美 무신론단체의 反성탄절 캠페인

입력 2014-12-08 02:00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설치된 미국 무신론단체의 크리스마스 반대 광고. 댄 킴볼(Dan Kimball) 페이스북.

[친절한 쿡기자] 크리스마스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설레는 날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죠. 하지만 미국에서 ‘동심파괴’를 노린 ‘반(反) 크리스마스’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무신론단체(American Atheists·AA)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테네시와 위스콘신, 미주리, 아칸소주의 여러 도시에서 대형 옥외 간판을 설치했습니다. AA는 각종 교계 단체를 상대로 억지 소송을 걸기로 악명이 나있습니다. 이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기념일을 전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입니다.

간판에는 한 아이가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붉은색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펜을 든 아이 옆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놓여졌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때 교회를 안 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믿을 만큼 제가 어리지도 않고요.”

AA가 크리스마스 반대 캠페인을 펼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신화를 버리고 휴일을 즐깁시다’는 광고를 내걸고 예수 탄생을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AA의 도발에 대한 미국내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합니다. 동심을 깨뜨리면서까지 크리스마스를 부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미주리주에서는 내용이 공격적이라는 이유로 간판 설치가 거부되기도 했습니다. 수잔 아빌레스 테네시주 멤피스의 가톨릭 교구 대변인은 “어른 논쟁에 아이를 끌어온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간판 위치도 논란입니다. 예전에는 뉴욕 도심에 전시했지만 이번에는 교회나 학교 등 주거지역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기독교인 인구가 높은 미국 남동부에 간판이 집중됐습니다. 알렌 웨스트 플로리다주 전 하원의원은 “바이블 벨트(기독교가 강한 지역)에만 간판을 설치했다”며 “기독교인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믿지 않는다면서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는 건 뭐람”이라는 반응이 많네요.

AA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교회에 가는 무신론자가 없으면 좋겠다면서 광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AA와 무신론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군요. 남의 생일잔치를 망치려는 사람들이 무슨 예의를 따지냐고요. 크리스마스는 사전에도 나와 있듯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생일상을 차려주지 못해도 뒤엎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