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저우융캉(72·사진)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마침내 몰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우융캉의 당적 박탈과 체포, 기소가 공식 발표되면서 ‘시황제’로 불리는 시 주석의 명실상부한 1인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부패 운동이 아니라 권력 투쟁…신중에 또 신중=저우융캉은 13억명의 중국을 이끄는 7인 최고지도부의 일원이었다.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상무위원급이 처벌된 전례가 없었다. 저우융캉이 법의 심판대에 서면 1981년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등 ‘문혁 4인방’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중국 당국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저우융캉의 당적 박탈 소식은 지난 6일 0시를 넘긴 직후 발표됐다. 중국 지도부의 중요한 결정은 보통 오후 6∼7시 정도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 6일자 조간신문들은 저우융캉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는 했지만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을 해설 없이 전재(全載)했다. 7일자에서는 저우융캉 소식을 찾기 어려웠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저우융캉과 관련, ‘반부패를 단호히 징벌하자’는 논평을 6일자 1면 하단에 실었다. 다음날에는 ‘반부패 암 덩어리 제거가 당심과 민심을 얻고 있다’며 각 지역의 ‘충성 맹세’ 상황을 전했다.
관영 언론들은 저우융캉 문제를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싶겠지만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공산당 최상층부의 권력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중국 내부 관료 집단에서는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에 대해 반발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저우융캉의 사법 처리 국면에서 자칫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대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저우융캉 기사의 댓글은 사법 처리를 지지하는 글만 남아 있어 검열이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공개 재판에 사형 유예 가능성=중국 공산당은 저우융캉을 검찰로 송치한다고 발표하며 7가지 혐의를 발표했다. 직무를 통한 불법 이익을 얻은 혐의, 친지나 정부(情婦) 및 친구에게 이익을 도모해 줘 국유재산에 중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 권력과 금전으로 여러 여성과 간통한 혐의, 당과 국가의 기밀을 누설한 혐의, 조사 중 또 다른 범죄 혐의 포착 등이 적시됐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밀 누설과 ‘또 다른 범죄’ 혐의다. 홍콩 언론들은 기밀 누설과 관련, 저우융캉의 향후 비공개 재판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개재판 시 민감한 정치적인 내용들이 폭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혐의는 ‘쿠데타’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화권 언론들은 저우융캉이 보시라이(무기징역 선고) 전 충칭시 당서기와 링지화 통일전선공작부장과 함께 정변을 기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민일보의 6일자 논평에서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배반함)라는 표현을 써가며 “당내에서 파벌을 모으거나 어떤 형태로든 비공식 조직에 의지하는 일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우융캉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확정되면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부패 공무원이 사형에 처해진 전례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최대 ‘사형 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공안황제’ 저우융캉마저 잡아들인 ‘시황제’
입력 2014-12-08 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