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도를 넘고 있다. 서해뿐 아니라 남해와 동해까지 국내 모든 해역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남획을 해 바다 생태계가 초토화되고 있다.
전남도는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홍어잡이 해역에 최근 중국어선들의 출몰이 잦아 어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중국어선들은 해경 해체 등으로 불법조업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어민들이 바다에 설치해 놓은 수천만 원짜리 어구를 통째로 훔쳐가고 있다.
홍도의 홍어잡이 어선 6척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고 6000만원어치의 어구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안선적 18t급 홍어잡이 한성호 선장 이상수(51)씨는 “기상악화를 핑계로 홍도 인근 해상으로 피항 온 중국어선들이 기상여건이 풀려 돌아가는 과정에서 어구를 훔쳐가거나 훼손하는 것”이라며 “치어 남획도 모자라 이제는 어구까지 빼앗아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2t급 대광호 선장 최용화씨도 “보름 전 3000만원어치의 어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피항을 왔다가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 외에는 의심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홍도 어민들의 조업이 이뤄지지 못해 어획량이 줄면서 8㎏짜리 암컷 1마리 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원 오른 6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해5도와 울릉도 등 서해와 동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해5도 어민들은 “대규모 선단을 이룬 중국어선 800∼1000척이 지난달 대청·백령도 어장에 들어와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어구·어망을 무차별 훼손했다”며 피해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동해의 오징어 황금어장 피해도 심각하다. 그동안 주로 북한 수역에서 ‘입어료’를 내고 오징어를 잡아온 중국어선들이 울릉도 해상까지 싹쓸이 조업을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동해 진출은 2004년 북·중간 공동 어로 협약에 따른 부작용이다.
어로장비가 부족한 북한이 돈을 받고 동해 어장 일부를 넘겨주는 바람에 중국어선들의 동해어장 싹쓸이하고 있다. 실제 국내 전체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15만4555t으로 1996년 25만2618t에 비해 61% 수준에 그쳤다. 강원도 어민들의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38.5% 감소했다.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하다 기상 악화시 울릉도로 피항 온 중국어선들이 날씨가 좋아져 북한 해역으로 돌아가면서 촘촘한 그물로 오징어를 무분별하게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해안을 거쳐 북한 수역으로 들어간 중국어선은 올 들어 1800여척으로 지난해보다 500척 넘게 증가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국내 수산업계의 손실규모는 1조35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는 “해경 해체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은 주권침해나 다름없는 만큼 엄중한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안=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
흑산도 어장 초토화·동해 오징어 싹쓸이
입력 2014-12-08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