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未生)’처럼 혀 깨물고 참아야 하는 문화로는 기업 혁신을 일구기 어렵다.”
이동근(57)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최근 인기 드라마 미생을 인용한 기고문을 국가정책포털인 정책브리핑(www.korea.kr)에 기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먼저 ‘스컹크 공장(Skunk Works)’ 일화를 언급했다. 2차대전 당시인 1943년 미국 국방부가 록히드마틴에 6개월 내로 신형제트기 설계를 마쳐 달라고 의뢰하자 록히드는 수석엔지니어를 통해 핵심개발팀 운영을 지시한다. 변변한 작업공간마저 없던 개발팀은 유독물질 공장 옆에 텐트를 치고 악취에 시달리며 연구에 매달렸는데 여기서 스컹크 공장이란 말이 유래했다.
개발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주문보다 한 달이나 빨리 신형제트기 P-80을 완성했고, 록히드는 이후 70년 넘게 세계 전투기 시장을 지배했다. 훗날 기업들은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성 창의성을 실현하는 비밀 프로젝트팀을 스컹크 공장이라 불렀다고 이 부회장은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혁신 패러다임 경쟁에 뒤처졌다고 꼬집었다. 제조업체 중 혁신기업 비중이 일본의 76%, 독일의 46%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촉(觸)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 직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미생처럼 ‘일단 전진하면 실패해선 안 돼’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에도 혀 깨물고 참아야 하는 군대식 문화로는 혁신을 일구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정리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상명하복 ‘미생’보다 ‘스컹크 공장’ 돼야 기업 혁신”… 이동근 상의 부회장 기고
입력 2014-12-08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