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

입력 2014-12-09 02:10
김윤재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나 생길 수 있으며 궤양성대장염, 베체트병 등과 같이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속칭 ‘염증성 장 질환’으로 불리는 병이다.

증상은 지속적인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통증은 흔히 식후 아랫배 오른쪽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복부 팽만감, 항문 주위의 불편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 크론병 진단 시 치루를 동반하고 있는 환자가 약 3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치루는 크론병의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다. 크론병은 이외에 항문 주위 농양(고름집), 치열(항문 주위가 갈라지고 찢어짐) 등 항문이상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크론병 발생률은 서양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말 현재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1만6138명이다. 이중 67%가 10∼30대 연령층일 정도로 젊은이한테 많이 생긴다.

따라서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설사를 자주 하고 항문 주변의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약물과 외과적 수술 등으로 항문 질환을 치료했는데도 재발이 잦다면 한번쯤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 면역,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유전적으로 이 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 서구화된 식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노출된 후 장에서 정상 장내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만성 염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크론병에 특별히 어떤 음식이 병을 일으키는지, 또는 악화시키는지 알려진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는 가공식품보다는 가정식이, 서양식보다는 한식이 크론병 예방과 치료에 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크론병에 걸렸을 경우 어떤 음식이 증세를 악화시키는지 파악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 식사와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잘 살피고 구별할 필요가 있다. 흡연도 좋지 않다.

비록 완치는 어렵지만 크론병은 여러 가지 치료를 통해 무증상 상태로 지낼 수 있다. 관해(증상이 가라앉은 상태)를 유도하거나 관해 상태가 유지되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최근에는 항TNF 제제 등 생물학적제제가 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다.

크론병 치료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라는 점이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치료를 등한시하면 염증이 재발하여 궁극적으로 농양, 누공(직장과 항문 주위의 피부 사이에 구멍이 뚫리는 것) 등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와 동시에 평소 금연실천 등 섭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윤재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