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朴경정 삭제한 파일에 판·검사 비위 첩보 담겨”

입력 2014-12-06 05:39
조용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며 “제가 맡고 있는 진실을 검찰에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정윤회 문건’ 작성자 박관천(48) 경정이 검찰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 2일 사무실 컴퓨터에서 삭제한 파일에 판사·검사 등 법조인 동향 첩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 도봉경찰서 압수수색 중 파일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하고 복원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5일 “박 경정이 부하직원을 시켜 삭제한 파일은 주로 판·검사 관련 비위 첩보를 수집해놓은 것”이라며 “작성이 끝난 보고서는 아니고 법조인 동향과 의혹을 추적하면서 기록해둔 조각조각의 문서와 메모 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손에 넘어가면 껄끄러운 판·검사 관련 내용이어서 삭제하려 한 듯하다”고 추정했다. 파일의 작성 시점이 청와대 근무 시절인지, 도봉경찰서 발령 이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삭제된 파일의 양이 좀 있어서 복원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복원 중인) 파일이 몇 개라고 말하기는 (기술적으로) 곤란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조응천(52)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윤회(59)씨를 이르면 다음주 초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올린 문건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 경정의 청와대 직속상관이었다. 문건 생산·보고 과정에 깊숙이 개입된 인물이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건의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고 주장했고, ‘제삼자’ 유출설을 제기하며 박 경정을 옹호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의 작성·유출을 지시 또는 방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은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그는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에게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 “진실을 성실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주 정씨와 조 전 비서관, 또는 박 경정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강창욱 정현수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