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 와중에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을 사살한 또 다른 사건이 4일(이하 현지시간) 드러나 흑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일 밤 마약 단속 과정에서 백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은 흑인 루메인 브리스번(34)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브리스번의 주머니에 권총이 든 것으로 생각해 해당 경관이 몸싸움 도중 가슴에 2발을 쐈다”고 설명했다. 피닉스에서는 브리스번의 죽음에 항의, 경찰서로 향하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흑인을 목 졸라 살해한 판탈레오 경관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벌어진 뉴욕에서는 경찰이 판탈레오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대배심의 결정으로 불기소됐지만 뉴욕 경찰의 재조사에 따라 판탈레오 경관이 처벌받게 될지 주목된다. 법무부도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뉴욕경찰은 또 민생치안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찰인력 2만2000명을 상대로 3일간 재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불심검문을 많이 실시하면서 소수인종의 원성을 사고 있는 시내 6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 54명에게는 소형 카메라(보디캠)를 유니폼 가슴 부위에 부착, 현장 상황을 녹화해 인권침해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뉴욕과 보스턴, 시카고, 피츠버그, 워싱턴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뉴욕 맨해튼에서만 수천명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브로드웨이 34번가에서는 300여명이 11분간 도로를 점거하고 드러누웠다. 에릭 가너가 죽기 직전 11번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소리친 것을 상기하기 위한 시위였다.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뉴욕에서 시위대 223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오는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갖기로 했다. 알 샤프턴 목사를 위시한 흑인 인권운동가 20여명은 ‘퍼거슨 사태’와 ‘에릭 가너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미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은 “(불기소 결정은)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불균형하다는 걸 인정한 셈”이라며 “법무부가 두 사건을 조사하는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경찰을 상대로 직무 집행 감사를 벌인 법무부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경찰력 행사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총기와 맨주먹, 테이저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무력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난감 권총을 갖고 놀던 12세 흑인 소년을 사살한 티머시 로먼 경관은 사격훈련 과정에서 과도한 흥분 상태를 보이는 등 총기 사용 시 감정조절을 잘 하지 못한 인물로 드러났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미국서 백인 경관 총격에 비무장 흑인 남성 또 사망
입력 2014-12-06 04:53